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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thy Mar 13. 2021

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하소연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야

직장생활 2년차, 이런 감정을 느끼기 위해 5년을 투자했나 싶다. 남편에게 조언도 구해보고 하소연도 해봤는데, 결국 돌아온 답변은 "학교가 원래 그. 조직생활이 다 그런 거 아냐? 네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같아. 래 학교가 그래"라는 것이었다. 조직 곪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조직 탓이 아니라 내가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하는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이란 것인데.
환장할 노릇이다. 1. 교육부가 실시간 수업을 확대하라고 지침(?)을 내린다.
2. 일개 학교는 불응할 용기도 명분도 없으므로 지역 사정, 각 학급 개별 학생 지역특색과 무관하게 실시간 수업을 확대한다. 설문조사 결과 전국 학부모의 상ᄃᆼ수가 실시간 수업 확대를 바랐으므로, 당장 핸드폰이 ᆹ어서 "엄마아빠가 퇴근하고서야 밤늦게 겨우 엄빠의 스마트폰으로 컨탠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학생 아무개" 참으로 쉽사리 배제된다.
3. 관리자는 그런 개개인의 특성은 아주 적은 수에 불과하므로 "지역 맘카페의 민ᅯᆫ"을 두려워하며 학교 실정과 무관하게 실시간수업을 확대한다.
3. 그리고 전담교사인 나에근 그간 "전담"이란 이유만으로 수많은 재정적 지원에서 실컷 소외시켜놓고, 이제와서 낡아빠진 고물 노트북을 던져주며 실시간 수업을 하라고 ᅩᆼ용한다(웹캠 마이크 제외. 뭘 하라고?).
4. 듀얼모니터와 웹캠과 마이크는 수소문해 어찌저찌 구했더니, 갑자기 교무실에서 실시간 수업을 하란다(?!). 4-1. 6학년 학급이 늘어나면서 학교에 교실이 부족해졌ᄃ. 당연한 수순으로 전담실이 먼저 해당 교실로 대체되었다. 갈곳 잃은 나는 임시 거처를 여교사휴게실로 옮겼다. 교실을 전전하며 전담 수업하는 것도 일절 ᅡᆼ관없을 만큼 학교 상황에 나를 맞출 수 있다. 그래도 어쨌든 "무슨 일은 해야 되고, 컴퓨터 하나 둘 자리는 필요해서" 여교사휴게실에 책상을 마련했다. 물론 그조차도 내쫓는 사람이 마련해준 자리가 아니었다.
아무도 나의 "일할 자리"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냉랭한 하ᅭ에서 "그래서 저는 오늘 당장 어디에서 일을 해야 하나요?!" 이곳저곳에 물어봐가며 겨우겨우 출근 첫날, 공간을 마련했다. 4-2. 그런데 그 공간에서조차 2주를 채 근무하지 못했다. 어느날 자기 그 공간조차 쓰지 마라는 일방통보를 받았다. 이ᅲ가 참으로 놀라웠다. "혹시나 생길수도 있을 임산부 여교사들을 위한 배려"라며 휴게실을 독차지하지 말고 교무실에서 기본 업무와 실시간수업을 하라고 했다.
여교사 그 누구도 이용하지 않는, 창고 용도로 쓰고 있는 여교사휴게실에서, 실시간수업을 하고 업무를 봐야 하는 나의 수업권을 비롯한 기본적인 처우보다, 혹시나 생길 수도 있는 어느 임산부여교사(본인 교실에서 아이들 하교 후 쉴 수 있음)의 cozy한 소파가 더 중요했다. 놀라운 사실은 나는 결혼하고 한참 임신 준비 중인 30대 여성으로서, 학교 여교사 중 가장 임신 확률이 높다!! 4-3. 그런데 이따위 일을 체육전담 교사 2명(계약제교사 1명 신규교사 1명 = 힘 없음 )이 함께 겪었다. 그들은 남교사휴게실에서 입도 뻥긋 없이 동시에 쫓겨났다. 웹캠 마이크는 무슨, 컴퓨터도 책상도 아직 설치되지 않은 교무실에서 3명이 실시간으로 동시에 쌍방향 수업을 하라는(???) 신박한 요구를 받았다. 4-4. 교장실에 가서 삼고초려 했다. 그건 수업이 될래야 될 수가 없다. 내 수업에 대한 프라이버시 따위는 부차적인 문제고, 제발 하울링 없이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게 교사 한 명이 독립적인 곳에서 수업하도록 해달라고 읍소했다(실시간수업을 하라고 할 거면 장비나 먼저 주시고 테스트할 시간이라도 주세요,,,라고 안했음이 다행). 교사가 일정 장소에서 일관되게 수업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최소한의 환경을 갖춰달라고 요구했고 관리자는 "모든 여교사가 동의한다면 네가 여교사휴게실을 사용할 수 있게 허하겠노라" 성은을 베풀었다. 5. 모든 여교사들의 익명 동의를 구한 뒤 겨우 1평 남짓한 공간을 다시 획득하고, 듀얼모니터와 웹캠과 마이크를 목요일 오후에 얻었다. 그리고 장비를 익히고 실시간수업을 시작할 (내 나름대로의 최악의 수업을 면피할) 시간을 배려받지 못한 채 ( 맞아,  나에겐 수당 없는 주말초과근무가 있지) 당장 월요일1교시부터 실시간수업을 하라는 명령(?)을 또다시 전달받았다. 내가 학교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탓인가.
참 모르겠다. 원래 그런 거라고 도무지 믿고 싶지 않은데.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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