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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eol Jul 18. 2023

너 자동차 좋아하지 않아? 웬 로봇? AI?

자동차에 미친 디자이너가 로봇으로 바꾼 이유

대체 어딨는거니..


(제 글을 찾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편한 분위기를 위해 평어체를 사용하고자 합니다)


1998년 어느 날의 서울랜드에서 나는 미아가 될 뻔했다. 

한참을 찾아 헤매던 아이는 장난감 파는 할머니가 펼쳐놓은 돗자리 위, 하얀 장난감 경찰차를 보며 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채 쪼그려 앉아 있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자꾸 듣다 보니 의무감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진짜 내 안에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자동차를 정말 좋아한다. 미쳤다고 해도 될 정도이다!


문제의 그 차


자동차 이름 외우기, 자동차 잡지와 기사들 모아보기, 자동차로 절여진 유투브 알고리즘과 쌓여가는 드라이빙 스쿨 경험들... 학사,석사 졸업연구도 자동차와 관련된 주제로 했다.


석사 졸업연구로 만든 것


그랬던 내가 이제는 HRI (Human Robot Interaction) 디자이너를 목표로 하고 있다.


헉! 너 자동차 좋아한다 하지 않았어? 대체..왜?



자동차 인터랙션의 길은 어렵다


(일단 들어가기에 앞서, 아래 내용은 자동차 인터랙션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공부한 내용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자동차 인터랙션 관련 업무를 진행해 본 것은 아니라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고, 마치 신 포도를 본 여우처럼 편견이 들어간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댓글로 의견 주시면 함께 논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Midjourney로 만든 운전자 이미지. 손가락이 생각보다 잘 나온다


자동차 인터랙션은 안전하고 보수적이어야 한다


이것은 자동차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적어도 1ton은 되고, 100km/h까지는 거뜬한 거대한 쇳덩어리가 도로에 가득 들어차게 된 순간, 인간 사회는 철저한 규칙과 틀을 만들어야 했다. 이로 인해 도로가 생기고 차선이 생기고 신호등이 생기고 경적과 방향지시등이 생겼다. 이러한 흐름은 자동차의 발명부터 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져 왔다.


다만 아무리 규칙과 틀이 치밀하더라도, 항상 그 안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부수적 수단을 이용했다. 차량의 움직임을 뜻하는 Vehicle dynamics, (멈칫하는 행동을 통해 양보 한다거나) 손동작을 이용하거나, 그도 안되면 언어로 해결했다. 이 과정들이 여러 번의 negotiation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제는 컴퓨터가 이를 수행해야 한다. 1ton짜리 금속 덩어리를 100km/h로 움직이면서 말이다. 컴퓨터는 인간과 다르게 인간의 행동을 인지하고 양보하거나 양보를 받는 과정을 처리하기 어렵다 (물론 AI기술의 발달로 인간만큼 가능해질지도!) 게다가 인터랙션 실패의 리스크가 매우 크다. 강아지만 한 로봇이 충돌하면 어딘가 까지고 끝나겠지만, 자동차가 충돌하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또한, 자동차의 특성상 기존의 헤드라이트, 방향지시등을 넘어서, 외부의 큰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인터랙션하거나, 로봇 팔 같은 장치를 다는 등 새로운 인터랙션 방법을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른 운전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인터랙션에 매우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요즘 디자인 트렌드에 맞춰 범퍼 하단에 적용된 방향지시등에 대한 반발로도 느낄 수 있다.

구글 검색. 방향지시등의 위치가 조금만 낮아도 열화와 같은 성원이 가득하다


위의 이유들로 자동차 인터랙션은 보수적이고, 보수적인 방법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터랙션을 개발하는 것은 굉장한 성취감과 사명감을 줄 수는 있겠지만, 다양한 인터랙션 방법을 탐구해보고 싶은 나의 성향과는 다른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자동차는 이미 너무나도 상용화가 잘 되어있다


물론 자율주행 자동차는 아직 우리 주변에서 보기 힘들다. 하지만 자동차 상용화의 역사가 매우 오래 되었고, 자동차로 기업활동을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1) 자연스럽게 미래의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 대한 낙관적 관점이 생기기 쉬웠고 (2) 이로 인해 자율주행 자동차의 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는 많은 부분 연구와 컨셉디자인 제시가 이루어졌다. 정말 재미있는 컨셉들과 이미 상용화 단계까지 온 기술들이 많기 때문에 이 내용은 별도 포스팅으로 소개드리고자 한다.


여하튼, 이런 산업 환경으로 인해 선배 디자이너분들이 정의해 놓은 부분이 많고, 이는 앞에서 이야기한 보수적인 특성과도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한정된 유연성 안에서 이미 정의되거나 탐구된 부분이 많다." 고 스스로 정의할 수 있었다.


자랑스러운 한국 회사 현대모비스의 기술. 헤드라이트로 횡단보도를 그려준다. 출처 - 해럴드경제



로봇의 가능성


기술 발전, 산업 고도화,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로봇, 특히 서비스로봇의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필연적으로 로봇은 물리세계에 존재하고 이 안에서 이동해야 하는데, AI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 스스로가 세계를 인지하고 로봇을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로봇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 퍼즐들이 하나씩 완성되어 가고 있다. 게다가 초 저지연 통신, 엣지 디바이스의 성능 향상 또한 이를 뒷받침 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서비스 산업을 지탱할 인구의 부족으로 인한 인류학적 변화가 서비스 로봇의 확장을 필연적이라 예언하고 있다.



로봇은 유연하다


자동차에 비해 로봇은 더 유연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될 수 있다. 자동차가 주로 도로에만 존재하는 것에 비해 로봇은 인간의 기술이 닿는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할 수 있으며, 더 다양한 크기를 가지고 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더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과 소통할 수 있다. 자동차가 사용할 수 있는 제약된 인터랙션 수단에 비해, 로봇은 음성,소리, 표정, 몸동작, 빛, 디스플레이, 주변 디바이스등 수많은 방법으로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이는 HRI 연구자에게도 탐구할 영역과 나아갈 가능성이 많다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산업의 관점에서도 아직 서비스로봇이 활용될 분야와 서비스가 탐구되고 있는 초기 단계라는 점은 무궁무진한 세계로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출처 - Effects of nonverbal communication on efficiency and robustness in human-robot teamwork




로봇은 작은 자율주행 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는 큰 로봇


사실 자동차는 큰 로봇이고, 반대로 로봇은 작은 자동차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는 좀 더 물건과 사람의 이동이라는 서비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미래에는 자동차 자체도 더 많은 서비스를 가능케 하면서 로봇의 특성을 가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로봇 역시, 필연적으로 이동이나 동작을 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을 하며 만나는 다양한 요소들과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자동차에 가지고 있던 관심을 자연스럽게 로봇으로 확장하기도 좋았고, 반대로 추후 자동차 산업에서 더 다양한 확장성이 필요할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모듈. https://www.naverlabs.com/ALT



지금, AI


로봇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지금 나의 커리어는 AI 도메인에 속해있다. 어느덧 이 일을 하게 된 지도 10개월이 넘었는데,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소개는 별도의 글에서 정리하고자 한다. 


로봇 커리어의 문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HRI 디자이너로써의 커리어를 준비하고 도전도 했었다. 하지만 로봇 커리어의 문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1) 일단 연구 외에 실무 경험이 부족했다. HRI를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부서와 협업하려면 알아야 하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탐구가 부족했던 것 같다. SW개발과 HW개발에 대한 배경지식을 더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2) PUBG에서의 기획 커리어를 HRI와 연관 지어 강점을 찾는 것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좀 더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 (3) HRI에 대한 공부나 나만의 지식이 부족했다. 연구했던 당시에는 HRI 보다는 autonomous driving vehicle의 인터랙션에 집중하다 보니, 좀 더 general한 로봇 인터랙션의 기본 요소들에 소홀했던 것 같다.


그리고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스퀴즈비츠 오늘 하루도 화이팅!

AI 스타트업을 창업한 친구에게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멋진 분들이 창업한 초기 스타트업에서 나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앞서 커리어 전환을 시도하며 느꼈던 성장의 갈증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큰 조직에서 배운 체계성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좀 더 넓은 범위의 업무를 진행하며 SW, AI 개발 과정을 몸으로 부딪히며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와 로봇


그리고 마침 로봇 커리어를 준비하게 되면서 오히려 AI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더 커져갔다. 로봇은 AI와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관계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길을 찾아가거나 사물을 인식하거나, 로봇을 움직이는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HRI연구에서도 AI를 사용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게다가 Chat GPT를 필두로 폭풍처럼 불어닥친 생성형 AI의 가능성도 굉장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Image classification, object segmentation 등은 로봇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법을 발전시켰다면, 생성형 AI는 로봇이 인간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훨씬 다채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 동안은 딥테크 AI 스타트업에서 기술에 대한 깊은 탐구와 업무를 통해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나가고자 한다.



앞으로도 


- AI 경량화 스타트업에서 배우며 성장하는 이야기

- HRI 공부 이야기

- 그리고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PUBG에서의 배움들

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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