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G의 재미는 무엇일까?
https://brunch.co.kr/@realkim93/12
위 글을 통해 게임이 재미있는 2가지 이유 - 즉각적인 재미와 누적되는 재미 - 를 소개했고, 사람들은 그 재미를 느끼는 과정을 통해 게임에 잔존한다는 것을 주장했다.
게임을 포함한 서비스는 많은 사람들이 자주, 반복적으로 자신들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에 대한 세심한 조치가 필요한데,
- 게임 서비스의 리텐션에 영향을 주는 '재미'라는 요소를
- 사용자의 여러 성격에 따라 세분화하여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어떤 기준으로 플레이어를 나눌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 플레이어를 나누는 기준은 게임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다.
아래는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보이는 행동들을 바탕으로 플레이어를 구분하는 기준들의 몇가지 예시이며, 상호간에 약한 상관관계를 가질 수는 있지만, 병렬적으로 존재한다. 실력이 높으면서 소모 시간이 많거나/ 실력이 높지만 소모 시간이 적을수도 있다.
- 실력 - 높거나/낮거나
- 소모 시간 - 많거나/적거나
- 소모 재화 - 많거나/적거나
- 소셜 활동 - 많거나/적거나
하드코어 PvP 배틀로얄 장르를 표방한 PUBG 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플레이어의 '실력'이 그들이 느끼는 재미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으며, 그에 따라 '실력'을 기준으로 플레이어를 세분화하고 각 실력대에 잘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했다.
(하드코어 게임에 대해서는 아래의 정의를 참고 바랍니다)
https://www.urbandictionary.com/define.php?term=hardcore%20game
실력에 따른 재미를 부여하는 방법은 각 실력대에 맞는 난이도의 컨텐츠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슈퍼마리오나 메탈슬러그 같은 1인용 PvE (Player vs Environment. 플레이어와 컴퓨터가 겨루는 형식) 횡 스크롤 게임들은 플레이 할수록, 익숙해 질수록 실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게임의 후반으로 갈 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진다. 게임의 난이도는 게임의 기획 초기에 기획자가 부여할 수 있다. 더 많은 적이 나오거나, 더 강한 적이 나오는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PvP (Player vs Player) 형식의 게임의 경우는 실력에 따른 재미를 부여하는게 급속도로 어려워진다. 플레이어가 겨루는 대상이 시스템이 아닌 다른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만나는 플레이어의 실력이 나보다 너무 낮으면 게임이 너무 쉬워서 재미 없어질 수도, 반대로 너무 높으면 손쓸새도 없이 패배해서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네트워크와 인터넷의 발전 이후 선보인 다양한 PvP 게임들은 이러한 문제를 매우 훌륭하게 해결해왔다. PUBG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전후로 역시 엄청난 인기를 보이고 있는 League of Legends (이하 LoL) 역시 PvP 게임이다. LoL이 사용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실력과 맞는 상대를 만나도록 하는 방법 (MMR. Matchmaking Rating)
(2) 낮은 등급의 플레이어가 승리했을 경우 더 큰 보상을 제공하는 식으로 보정하는 것
(3) 혹은 낮은 등급의 플레이어가 유리하도록 게임의 규칙을 일부 변경하는 것
MMR은 플레이어 각 개인에게 부여되는 실력을 나타내는 수치로, match를 진행하며 승리/패배할 때 마다 올라가거나 내려간다. MMR이 비슷한 플레이어들을 한 경기에 들어가도록 하면 비슷한 실력의 플레이어들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LoL이 MMR을 어떻게 적용했는지는 아래의 링크를 통해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https://support-leagueoflegends.riotgames.com/hc/en-us/articles/4405781372051-MMR-Rank-and-LP
PvP게임인 PUBG 역시 MMR을 도입하여 각 플레이어의 실력을 수치화하고 매치의 실력 균형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PUBG는 배틀로얄을 대표하는 게임인 만큼 이 장르에서 오는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하드코어한 게임의 성격도 난이도 조절에 어려움을 더했다.
1.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경쟁한다 - 배틀로얄 장르는 그 특성상 매우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하나의 경기장에 진입한다. PUBG의 경우 최대 100명이 한 경기에서 경쟁하게 되는데, 아무리 플레이어 풀이 넓더라도 제한된 동시접속자 풀에서 각 플레이어가 느끼는 난이도가 공평하도록 매치를 구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2. 너무 적은 비율의 플레이어만이 승리할 수 있다 - 더 큰 문제는 이것이었다. 배틀로얄 장르의 특성상 너무 적은 비율의 플레이어만이 승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팀이 2개인 PvP인 경우 승리 확률은 단순 계산했을 때 50%지만, PUBG의 경우는 솔로모드(100명 참가 시)에서 승률이 1%까지 떨어진다 (최후의 1인이 승리자이기 때문).
3. 하드코어 리얼리즘 게임에서 실력 보정은 불가능했다 - 게다가 PUBG는 실제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숙련되기까지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게임이다. 어떤 플레이어의 실력이 낮다고 해서 해당 플레이어의 총알이 더 강한 데미지를 주게 하거나, 더 체력이 많도록 하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날 뿐더러, 하드코어 리얼리즘의 성격을 파괴하는 정책이 될 것이었다.
종합하자면, 각 플레이어의 실력이 모두 비슷하도록 모으기가 굉장히 어려운데다가, 그 중에서도 오직 한 명 만이 승리를 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각 플레이어의 실력에 맞는 재미를 부여해야 하는 고된 미션이 주어진 것이다. 게다가 낮은 실력의 플레이어가 유리하도록 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헉)
재미가 있어야 리텐션을 확보하는데.. 기존의 문법들로는 재미를 부여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를 1편에서 이야기한 '누적 보상'과 연관지어서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