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입사 3개월. 수습 기간 3개월이 끝났지만 다행히 난 잘리지 않았다(?)
당시 난 업무 시간 외에도 늘 일만 했다. 누가 보면 이 회사를 나 혼자 먹여 살리는 것처럼 말이다. 대기업 출신인 과/차장급의 선배들과의 역량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고, 괜한 자격지심도 있었다. 또한, 리더가 내게 요구하는 업무 수준이 솔직히 내겐 너무 높았고, 처음 하는 업무라 그 개념도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무엇보다도 팀 리더가 나를 대놓고 테스트하겠다고 선포한 상황이라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노트북을 들고 카페나 스터디 카페에 가서 심각하리만큼 일만 했다. 일하는 시간에 비해 성과는 전혀 안 났으니 굉장히 비효율적인 상황이었다. (이는 나중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온다)
어떤 업무를 맡아도 나는 팀 리더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렇게 팀 리더로부터 실망스럽다는 피드백이 지속되니 나의 자존감은 한없이 낮아졌고, 그로 인해 팀원들과의 관계에서도 나는 늘 의기소침했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업무인데, 그 업무를 잘 해내지 못하고 있으니 모든 게 다 꼬여버린 느낌이었다.
(이전 글에서 언급하기도 한) 내가 맡은 업무는 팀에서 중요한 업무라고 했지만 첫 한 달 외에는 아무도 내게 그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나 또한 당장 급한 다른 업무에 집중을 했고, 솔직히는 반복되는 부정적인 피드백에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조금씩 손을 놓고 있었다.
큰 마음을 먹고 리더에게 보고 약속을 잡는 날엔 갑작스럽게 리더가 외부 미팅을 간다거나, 다른 선배와의 업무 미팅을 우선으로 했기 때문에 늘 밀려나기 일쑤였다. 고백하자면, 보고가 밀려날 때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보고하는 것이 그만큼 나에겐 두려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리 약속한 보고를 위해 계속해서 준비한 시간과 떨리는 나의 마음이 무색하리 만큼 리더는 나와의 약속을 가볍게 무시했다. 물론 바쁜 일정 탓이었지만, 아니 그럴 거면 미리 말이라도 해주던가! 아무튼, 외부미팅 후 돌아오겠다는 말에 퇴근 시간 이후에도 계속해서 기다렸지만 다른 선배에 의해 리더가 직퇴를 했다는 어이없는 소식을 듣는 날도 많았다. 그러니 나 또한 업무 보고에 대한 피로도가 점점 쌓여가기 시작했다.(보고를 하지 않는데 보고에 대한 피로를 느끼는 기이한 일이다)
그 이후로도 퇴사 때까지 늘 이런 상황이 반복됐다.
나의 보고 자리는 리더와 선배들을 만족시키지 못해 그들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봐야 하는 나에겐 힘들고 어려운 자리였다. 어쩌면 리더 또한 만족스럽지 않은 나의 결과물을 보고 피드백해야 했기 때문에 그에게도 힘 빠지는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 와중에 시간을 내어준 선배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거고.
잠깐, 근데 이 영상 완전 내 얘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