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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Mar 23. 2023

06. 또래의 새로운 경력직 직원이 입사했다

기회인가 위기인가

입사 3~4개월 차, 나는 여전히 이렇다 할만한 업무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애매한 상황 속에 놓여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답답하다) 그쯤, 나와 비슷한 연차의 경력직 직원 2명이 더 오기로 했다. 내가 입사할 때 함께 오기로 했던 분들이 채용을 포기하면서 유일하게 나만 입사를 했던 상황이었다.


팀 리더는 나를 따로 불렀다. 곧 나와 비슷한 연차의 직원이 오는데, 먼저 올 한 명은 나보다 한 두 살 더 어리다면서 어린데 일에 대한 독기가 남다르다고. 네가 3개월 더 일찍 들어온 선배인데 괜찮겠냐는 말, 아니 일종의 으름장을 놓았다.  


네 포지션이 애매한 상황인데
다른 경력직들 오는 것 괜찮겠어?
자존심 상하지 않겠어?



리더는 이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내가 위기의식을 느껴 더 분발하기를 바란 눈치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당시 난 나의 업무를 해내는데 정신이 없어 그들과 경쟁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난 그들을 경쟁 상대로 느끼기보다는 나와 비슷한 또래가 온다는 게 오히려 더 반가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 당시의 난 눈치가 참 없었다. 회사는, 특히 팀 리더의 특성상 성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 상대를 동지로 여기며 빨리 입사하기를 바랐으니까. 마침내 새로운 경력직 직원이 입사했다. 직원 A와 B는 2주 정도의 텀을 두고 입사했다.


직원 A.

나보다 후배인 A 리더의 예고대로  열정이 남달랐다. 한 인상깊은 장면이 생각난다. 회의실에서 A 일어서서 칠판에 무언가 적으며 리더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한눈에 보여주었다.  앉아서 듣기만 하는 나의 태도와는 상반됐던 것이다.


실제로 그는 어려운 업무가 주어졌을  걱정부터 앞서는 나와는 달리 일단 해보고, 안되면 어쩔  없다는 마인드로 임했다. 또한, 가끔 리더의 난해한 지시에  잔뜩 겁을 먹었지만 그는 리더가 애매한 지시를 내렸다며 우리는 우리의 기준을 이야기하면 된다고 얘기했다. (그게 통할 때도, 통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자신감 있는 태도가 부러웠고, 리더도 그런 자신감을 좋게 보는 듯했다. 또한, 은근히 자신의 성과를 어필하는 것을 보며 나는 나이만 먹었지 그보다 한참 하수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직원 B.

나보다 3년 선배였던 B. B선배의 입사를 가장 반기는 건 나였을 거다. 당시 나는 차장님과 둘이 일을 하는 상황이었다. 차장님은 인성도, 실력도 출중한 분이라 나를 잘 이끌어주셨지만 직급에서 오는 간극이 워낙 심해 서로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줄 선배가 온 것이다. 실제로 B선배가 오면서 나와 차장님은 물론, 팀 전반적으로 (업무적인 면에서) 잘 굴러가는 분위기가 된 건 사실이다. 그만큼 B선배는 리더와 선배들에게 자신의 성과를 계속해서 어필하기도 했다.




직원 A와 B가 입사한 후, 리더와 한 선배에게 그들과 비교되는 말과 행동을 우회적으로, 직접적으로 듣기도 했다. 한 번은 리더가 나와 후배가 함께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셋이 회의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후배만 어디론가 데려가 타팀 선배들에게 후배를 담당자라고 소개시켰다고 한다. 당시 급하게 나가길래 후배한테 물어봐 알게된 것이다.(생각해보면, 나에겐 한마디 말도 없이 인사를 시켰다는 게 소름이 끼친다) 다만, 다행인 건지 B는 선배였던 덕에 딱히 비교를 하지도 않았고, 비교를 해도 그 타격이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또래인 이들이 온 뒤로 나의 말과 행동이 조금은 더 자연스러워졌다는 거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경력직이라는 점과 나이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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