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에서는 역사적인 건축물에 현대 사업을 결합시켜 되살리는 게 유행이다. 일제강점기 때 관청으로 쓰였던 건물이 서점으로 탈바꿈하기도 하고, 100년 된 낡은 집이 분위기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되기도 한다. 타이베이의 오래된 동네, 디화지에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디화제
Section 1, Dihua St,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타이베이 디화지에(迪化街)
디화지에는 따통취(大同區) 따따오청(大稻埕)에 위치한 거리다. 1850년대 통상을 위해 개항되며 방카(현재의 완화)의 상인들이 이곳으로 유입, 중심가의 의미인 쭝지에(中街)가 조성된다. 쭝지에는 딴수이강을 통해 각종 약재와 차, 천, 향 등을 거래하며 타이완 무역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이후 1947년 쭝지에는 디화지에로 이름을 바꾼다.
대도정마두
103 대만 Taipei City, Datong District
약재와 차, 천, 향은 지금도 디화지에에서 거래되는 주요 물품이다. 그래서인지 디화지에는 종종 우리나라의 경동시장과 비교된다. 하지만 디화지에의 건축물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경동시장으로 치부한 이 거리는, 역사 거리가 된다. 150년간 한 자리를 지켜낸 디화지에의 가옥들은 세월이 무색하게 정갈하고 단아하다. 사용한 재료도 제각각이고 모양도 조금씩 다르지만 형태와 배치가 조화롭다. 집집마다 매달린 개성적인 필체의 간판 또한 시선을 강탈한다.
옛 상가는 대부분 폭이 좁고 앞뒤로 긴 형태다. 앞쪽은 점포로, 뒤쪽은 공장이나 창고, 집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현재 샤오이청(小藝埕)이 들어서 있는 왓슨스다. 양약 도매상 리쥔치(李俊啟)가 홍콩 왓슨스의 대리권을 취득한 후 1917년에 지은 3층 건물이며, 고적으로 지정됐다.
Small Arts Courtyard
No. 34號, Section 1, Dihua St,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오래된 건축물에는 그만큼 오랜 역사의 것들도 있고, 여행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요즘 것들도 있다. 형형색색의 커지아(客家, 하카, 한족 출신 중국인) 전통 꽃무늬 원단이 가득한 용러스창(永樂市場)은 오랫동안 디화지에를 지킨 패브릭 시장이다. 용러스창 8층의 따따오청씨위엔(大稻埕戲苑)에서는 타이완 전통 인형극에서 쓰이는 각종 인형과 인형극을 감상할 수 있다. 무료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시설이 훌륭하다. 창의적인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디화지에의 작은 가게들은 자꾸만 발길을 잡는다. 젊은 감각에 전통의 향기를 입힌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이곳을 즐기는 방법이다.
디화지에를 걷기 전에는 관광안내소를 방문하자. 1900년대 초중반 유행하던 스타일의 의상을 대여한다.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도 있고, 신여성이 입었을 법한 정장과 옛 스타일의 교복도 있다. 서울의 익선동에서는 돈을 내고 대여해야 하지만, 여긴 무료다.
하해성황묘
No. 61, Section 1, Dihua St,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시아하이청황미아오(霞海城隍廟)는 디화지에에 자리한 사당이다. 주신으로 성황신을 모시는데 오른쪽 방에 따로 모신 월하노인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월하노인은 짝을 찾아 맺어주는 신으로 이곳 월하노인은 그 어느 사원의 월하노인보다 영험하다고 소문났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따따오청(大稻埕) 부두에 가보는 것도 괜찮다. 여행자들의 발길 뜸한 일몰 명소다. 물길을 따라 흐르는 딴수이강의 줄기는 이곳을 지나 딴수이의 바다까지 쉼 없이 흘러간다.
디화지에 추천 카페
차 판매점 일색이던 디화지에에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조금씩 늘고 있다. 옛 감성에 요즘 감성을 더한 디화지에의 카페를 소개한다.
타이완 생산 원두를 맛보다
센 커피(San Coffee)
2차 대전 전에는 타이완 사람이 최초로 운영한 카페였고, 전후에는 클럽으로 이용된 건물에 들어선 카페다. 타이중, 타이난, 가오슝 등 타이완 전역에서 생산된 커피를 판매한다. 솔직히 타이완에서 커피는 조금 생소한 편. 타이완에서 생산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것만으로 특별하고 의미 있게 느껴진다. 친절한 직원들이 원두 선택에 도움을 준다.
San Coffee
주소: No. 1, Section 2, Yanping N Rd,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전화: 02-2555-8680
잠깐의 쉼을 위한 작은 공간
플라이쉬 카페(Fleisch Café)
시아하이청황미아오 앞에 자리한 작은 규모의 카페다. 질 좋은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와 약재를 사용해 독특함을 더한 차 등을 판매한다. 칵테일 셰이커에 흔들어 거품 층을 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괜찮다. 전통 종이공예로 제작한 붉은색의 컵받침 등 핸드메이드 소품이 눈에 띈다.
福來許珈琲館 Fleisch Café
주소: No. 76, Section 1, Dihua St,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전화: 02-2556-2526
고적에 들어선 카페
루꿔카페이(爐鍋咖啡, 로과가배)
고적으로 지정된 디화지에 왓슨스 건물 샤오이청 2층에 자리한 카페다. 높은 천장과 나무로 만든 포근한 창틀 등 옛 건물에서 나오는 복고적인 정취가 아름답다. 원두 선택이 가능한 스페셜티 커피를 비롯해 메뉴가 다양하다. 살짝 불편한 요즘 카페와는 달리 편안한 분위기가 강점이다.
Luguo Cafe
주소: 103 대만 Taipei City, Datong District, Lane 32, Section 1, Dihua St, 1號2F
전화: 02-2555-8225
글·사진 이진경 트래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