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2
원고를 혹시 검토할 수 있을지 문의드립니다.
정수리에 벼락이 내리 꽂힌 사람처럼 "악!" 비명을 질렀다.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당황했다.
조금은 점잖고, 덜 놀라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정도일 거라 상상해 왔다.
현실은 산만하고, 심장이 두근댈 정도로 놀랐으며, 어깨가 움츠러드는 강도의 놀람이었다.
금방 감정이 휘몰아쳤다.
솔직히 말하면 주마등을 경험하기도 전에 몸속 수분이 뿜어져 나왔다.
한 가지 단언했던 '이런 순간에는 분명 웃고 있을 것'이라는 예측마저 빗나가고
나는 잠시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그 간의 세월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서였을까.
내가 써온 것이 헛되지 않았음을 인정받는 순간이어서였을까.
아니면 그 직전까지도 포기를 고민하고 있어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일 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서 그랬을지도.
단 몇 마디에 터져버린 울음을 스스로도 설명할 수가 없다.
다만 이 모든 이유와 더불어 더 많은 이유들이 소량 포함되어 있었다.
훨씬 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의 충돌이 빚어낸 눈물이었다.
작은 방의 온수매트 위에서 맞이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정작 남들에겐 저 멀리 바다에 내리꽂은 뇌우 정도로 보였을까.
돌이켜보면, 내 인생 전체가 그랬을지도 모른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지 않나.
늘 폭풍을 견뎌왔지만, 남들에겐 하릴없이 작은 티끌일 뿐이다.
고작 그런 얄팍한 번개로 살아가자고 이 길을 선택했나?
이런 얄팍한 오만이 나를 포기라는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을 때였다.
인생은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을 작동시켜 내 인생에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어마무시하게 큰 (것처럼 보이는) 벼락을 내리꽂은 것이다.
어쩌면 별 거 아닌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도 된다는 그 안도감.
가도 된다고, 이대로 가도 충분히 괜찮다고.
난 틀리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이 길로 영원히 가자고.
솟구치는 감정들 속에서 나는 자신에게 되뇌었다.
그러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이리저리 휩쓸리며 온수매트 위에 누워
관자놀이를 타고 귓바퀴에 스며드는 눈물을 닦아내지도 못하고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