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를 알 수 없는 우물
외롭다 : 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이 쓸쓸하다.
외로움 :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축축하다, 외로움은 왜인지 모르게 축축한 기분이 든다.
축축하다고 하면 눈물을 떠올리지만 외롭다고 늘 울진 않는다.
마치 축축한 양말을 신고 보송한 신발을 신은 것처럼 모순된 감각마저 준다.
외로움 앞에 서면 늘 불쾌하면서도 어찌할 줄 몰라 쩔쩔매는 나를 발견한다.
외로운 순간에는 늘 가슴이 싸하다.
텅 비었다든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아니다.
외로울 때면, 아무리 두꺼운 패딩을 입어도
목덜미로, 귀 뒤로, 머리카락으로, 바지 밑단으로 스며든 한기 탓에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데도 덜덜 떠는 사람이 된다.
마치, 자이로드롭을 타고 있는 것만 같다.
자이로드롭을 타기 전까지는 설렌다.
하지만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하면 늘 후회가 된다.
꼭대기에 거대한 톱니바퀴가 멈춰 선, 견고한 기계가 나를 놓아버리기 직전,
바로 그 찰나의 순간.
가슴에서 번진 통증에 윗배까지 싸르르 아파온다.
욱신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자이로드롭이 내려가길 기다려야 한다.
외로움은 그 잠깐의 고통을 끊임없이 연장시키기 때문에 괴롭다.
놀이공원에서 자이로드롭을 탈 때는 함께 탄 옆 사람의 손이라도 잡을 수 있다.
나 말고도 함께 비명을 지를 많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외로움은 의지할 누군가도 없다.
내가 스스로 탄 적은 없는데, 이 자이로드롭에는 나 혼자 타고 있다.
날개가 잘려 공중에서 고립된 작은 새가 되어 조마조마한 채로.
내려가지 않는 자이로드롭을 타고 꼭대기에서 영원히 기다리는 기분.
외로움이 독보적인 이유는 다른 감정들과 달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슬픔에도, 분노에도, 짜증에도, 좌절에도.
언제나 그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저 혼자라서 외롭다기엔
많은 사람들 틈에 쌓여 있어도 종종 외로워지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순간들 탓에 성립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는 거대하고 깊은 우물이 있나 보다.
다른 인간으로도 채워지지 않고, 스스로에 의해서도 채워지지 않는.
일반적으로는 뚜껑을 닫고 지내지만 종종 열리는 걸 막을 순 없다.
내가 열기도 하고, 저 혼자 열리기도 하고, 남이 열어버리기도 한다.
막상 열어봐도 우리는 항상 아무것도 없는 우물 안을 물끄러미 들여다볼 뿐이다.
물이 차오르지도, 괴물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저 '무엇이 나올까'하는 초조함으로 눈을 떼지 못하는
나 자신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 우물의 뚜껑을 닫는 일에는 익숙해질 수 있어도,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 속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익숙해질 수 없을 것이다.
그 우물의 용도를 영원히 알아내지 못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