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한 마리의 애벌레
나비잠
1.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
2. 날개를 편 나비 모양으로 만든 비녀. 새색시가 예장(禮裝)할 때에 머리에 덧꽂는다.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장자의 호접지몽이란 말도 있듯이
나비는 꿈과 자주 연관되는 신비로운 생명이다.
나비 모양의 장식과 아이가 자는 모습은
언뜻 느끼기엔 전혀 관련 없어 보인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날개를 펼친 나비 장식과
새근새근 잠든 아이가 두 팔을 벌린 모습이 비슷해서
과연,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갓난아이라고 지칭했지만, 아기만 나비잠을 자는 건 아니다.
다 큰 어른들도 때론 두 팔을 하늘 높이 뻗은 채 잠들 때가 있으니까.
나비잠을 잘 때는 어떤 꿈을 꿀까?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는 즐거운 꿈을 꿀까?
그래서 나비잠을 자고 일어난 날에는 팔이 그렇게 저렸는지도 모른다.
어떤 꿈을 꾸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토록 곤히 잠들었으니
적어도 꿈속에서나마 평화로웠을 것이라 짐작할 뿐.
뭉친 어깨를 주무르며 일어난 나의 모습은 나비와 거리가 멀다.
현실에서의 내 모습은 되려 애벌레와 비슷하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잎을 갉아먹지만
새에게 잡아먹힐까 두려워 짧은 다리로 바지런히 움직이고
이제나저제나 나비가 될까 하염없이 기다리는.
우리는 평생 꿈틀거리는 한 마리의 애벌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억울할 것 없다.
꿈속에서는 누구나 나비가 될 수 있지 않은가.
애벌레가 성체가 되기 위해 번데기 속에 들어가 완전히 몸을 녹이듯
우리는 매일 밤 이불속에 파고들어 포근한 고치를 만들고
의식을 몽롱하게 녹여 새로운 꿈속의 내가 된다.
잠자리에 드는 일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한 마리의 어여쁜 나비로 탈바꿈하기 위한 번데기 과정이니까.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든다.
나비잠을 자는 사람들은 꿈속에서 모두 만나지 않을까?
멀리서 한 데로 날아와 꽃밭에서 평화롭게 노니는 꿈.
위험도 슬픔도 공포도 없이 자유로운 꿈.
너무 아름답고 황홀해서 깨어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꿈.
그곳에서는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든 볼 수 있다.
모두가 나비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그리워서 아픈 마음일랑 잊어버리고
그저 날개를 팔랑이며 함께 어울리다가 잠에서 깨면
우린 다시 한 마리의 애벌레.
오늘도 나비가 될 날을 꿈꾸며 열심히 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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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