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것은 흐릿한 대로
흐리다(형용사)
1. 기억력이나 판단력 따위가 분명하지 아니하다.
2. 잡것이 섞여 깨끗하지 못하다
3. 분명하지 아니하고 어렴풋하다
4. 셈 따위를 확실히 하지 못하다
5. 하늘에 구름이나 안개 따위가 끼어 햇빛이 밝지 못하다
6. 얼굴에 걱정스러운 빛이 있다
7. 불빛이 밝게 비치지 못하다
흐릿하다
조금 흐린 듯하다
누워 있던 몸뚱이를 일으킨다.
할 일을 미루며 남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사이에
내 주변에는 어느새 짙은 안개가 내려앉았다.
안개가 나를 묵직하게 누를 때까지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발을 더듬어 겨우 책상으로 가는 길을 찾아낸다.
지금 당장 손을 얹지 않으면 내겐 승산이 없다.
우린 때로 우리가 너무 모른다는 것을 망각한다.
아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거의 대부분은 모른다.
알 수 없는 것들은 전부 흐릿하다.
지나온 길도, 나아갈 길도 흐릿한 건 매한가지다.
분명하지 않은 기억력에 흐린 과거를 보겠다고 머무르는 짓은
자신을 더욱 짙은 안갯속으로 내던지는 꼴이다.
부족한 판단력에 흐린 미래를 점치려 망원경만 들여다보는 짓은
안개 밖으로 벗어날 기회를 놓치는 꼴이다.
명확한 길을 흐리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잡생각을 하고 한눈을 파느라 간단한 셈도 하지 못하니까.
들이치는 햇빛도, 누군가 건네는 불빛도 보지 못한 채.
언제나 흐릿하지 않은 세상이 있다.
늘 맑고 선명하고 확실하게 보이는 길이 있다.
운명도 나를 어쩌지 못하는 순간, 바로 지금 현재.
당장 발밑에 밟을 땅이 있다면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흐릿한 세상 속에서 어차피 내가 볼 수 있는 범위는
기껏해야 한 발자국까지의 거리뿐.
일단 앞으로 나아가면 안개는 걷히기 마련이다.
후회할 필요도 조급할 이유도 없다.
이대로 계속 걸어가기만, 살아가기만 하면 그만이다.
흐릿한 것은 흐릿한 대로 내버려 두자.
당장 내게 보이는 것만 보면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볼 수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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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참조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