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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작가 Jul 23. 2024

국수하다

쫓기는 게 아니라 쫓고 있는 것

국수(掬水)
두 손을 오목하게 만들어 물을 뜸. 또는 그렇게 뜬 물.
국수하다
두 손을 오목하게 만들어 물을 뜨다.


손금이 주름지도록 오목한 그릇을 만들어본다.

조심스레 담아낸 물은 잠시동안 손아귀에 갇힌다.

하지만 이내 소리도 없이 손틈 사이로 빠져나가고

남은 것은 깊게 파인 나의 손금뿐.


인간은 손에 물을 담아 가둘 수 없어서

손을 대신할 그릇을 만들어냈다.

생각해 보면 위대하다고 치부하는 대부분의 발명품이 그렇다.

인간이 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

정작 조악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손을 보고 있자면

인간이란 이 넓은 우주에서 얼마나 작고 하찮은 존재인가,

새삼 느끼게 된다.


[심장개업]은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설 전반에 국수라는 매개체가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치 긴 면을 타고 흐르듯 연결된 이야기들은

결국 한 그릇 안에 갇혀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다.

제 사장이 손님에게 내어주는 그릇 안에는

그 사람이 담아낼 수 있는 만큼의 인생이 담겨있다.


국수는 후루룩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면의 시작점을 입에 넣고 빨아들이면 금방 끝자락이 닿는다.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마치 한 그릇의 국수처럼, 간단하고 빠르다.


누군가는 쫓기고 있다 생각하겠지만

생각해 보면 그 찰나를 쫓고 있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일 뿐.


이렇게 금방 지나가는 인생을

뭣하러 쥐어지지도 않는 손으로 담아내려 아등바등 다들 애를 쓸까.

그저 잠시 즐겼다 가는 것이거늘.

담아지지 않는 물을 담아내려 손을 쥐는 것보단

흐르는 것이 흘러갈 수 있도록 힘을 빼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사는 것이

더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리라.


저의 첫 장편소설 [심장개업]이 출간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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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참고 : 네이버 사전

사진참조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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