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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작가 Nov 21. 2024

에세이 자주 안 쓰는 브런치 작가

가끔만 쓸게요

브런치 스토리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은 수필이다.

종종 에세이를 넘어선 전문서적이 등장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브런치 공모전에서 소설 부문까지 확장했지만

여전히 브런치 내에서는 에세이가 강세인 듯하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브런치 스토리는 타 플랫폼에 비해

편안한 곳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모순적이게도 포털 검색창에 '브런치 스토리'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글은 바로 '합격 수기'이다.

온라인 클래스 중에서도 '브런치 작가되기' 등의 강의가 많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려면 무조건 작가 등록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나 마구잡이로 글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브런치라는 공간이 전문적이게 보이는 효과를 주었다.


5년 정도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한 것이.

종종 과거에 썼던 글을 보면 부끄러워질 정도로

브런치 활동은 나의 글 성장에 있어 큰 도움을 주었다.

그 덕분에 메인 포털에 내 글이 걸리기도 했고,

난생처음 원고 제안을 받아 돈을 받고 글을 써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나는 허무함을 느꼈다.

매일 글을 발행해야 한다는 압박감.

잘 다듬어서 멋진 글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는 점차 에세이에, 브런치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세이의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이다.

하지만 혼자 읽을 일기조차도 다듬는 나로서는

있는 그대로 날 것의 글자를 만인에게 공개하는 것이 어렵다.

나는 감정이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보단, 곱씹는 사람에 가깝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의 셰프들이 요리를 끝내면

개수대에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설거지거리를 발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내게 감정과 생각이란 소재에 불과하고,

요리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내놓을 수 없다.

배경으로 깎고, 사건으로 다듬고, 인물로 굽고, 갈등으로 볶아야만 한다.

접시에 하나의 이야기로 담아낸 그 감정들은

겉모습으로는 원재료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먹어보면 그 맛이 난다.


솔직하게 있는 모든 걸 털어놓는 글에는 설거지거리가 남지 않는다.

내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들은 설거지가 어마무시하게 많이 남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요리라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이라면.

나는 기꺼이 나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다.


글을 올리지도 않는 브런치에서는 알람이 자주 온다.

매일 글을 올려달라고 말이다.

그래도 앞으로도 에세이는 가끔만 쓸 것이다.

종종 솔직해지고 싶을 때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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