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 그건 들판에 서 있는 한 마리의 보랏빛 소다. 소 하면 누런 소, 얼룩소만 만나본 사람들에게 이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묘한 쾌감을 일으킨다. 세스 고딘이 천재인 건 이렇듯 책 제목 하나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거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차별화가 브랜딩의 거의 모든 것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이것을 어려워한다. 그럴수 밖에 없다. 우리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는 평준화된지 오래다. 카페를 하나 연다고 해보자. 세상에 없던 새로운 카페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컨셉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차별화를 이야기할 때 한 번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그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를 쉽게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무조건 다르게만 한다고 해서 차별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는 설렁탕집 사장님과 차별화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리가 아는 설렁탕은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고유의 음식이다. 말갛고 뽀얀 국물과 고기, 가끔씩 더해지는 소면과 부추 정도가 전부이다. 그래서 대표님은 여기에 뭘 더하고 뺄지 어렵다고 하셨다. 나는 사장님께 음식은 건드리지 말자고 말씀드렸다. 그대신 매출에 지장이 될 수 있음에도 임산부를 배려한 좌석을 없애지 않은 이야기, 코로나 때 독거노인에게 음식을 대접한 이야기, 주방장 섭외를 위해 조기 축구회를 뛴 이야기 등을 스토리로 풀어보자고 말씀드렸다. 굳이 설렁탕 그릇을 바꾸거나 양념장을 더하는 것이 차별화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깃집의 경우는 다르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마음껏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된 시기는 오래되지 않았다. 그만큼 음식에 변화를 주기도 쉬울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문을 연 육전식당이다. 이 가게는 3.5cm나 되는 두꺼운 돼지고기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2016년엔 양인환대, 몽탄, 청기와타운이 등장해 돼지고기를 2만원 대 고급육으로 포지셔닝하는데 성공했다. 일본의 젠 스타일, 짚불구이, LA 한인타운을 모티브로 한 이 가게들 역시 기존의 삼겹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어디 이뿐인가. 같은 해, 고도식이라는 브랜드는 가브리살과 등심이 붙어 있는 이른바 알등심으로 또 한 번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이바지했다. 매스컴에선 이 부위를 돈마호크라 칭하며 선풍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시장에서의 차별화다.
하지만 이런 식의 차별화에는 빛과 그늘처럼 장단점이 있다. 지속가능한 차별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한때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던 아이템들을 한 번 떠올려 보자. 벌집 아이스크림과 대만식 카스테라는 식상한 사례다. 다운타우너 대표가 만든 노티드 도넛은 꽤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듯 하지만 약 7년이 지난 지금 그 명성이 예전같지만은 않다. 이제 뚱카롱은 마카롱의 원형을 기억하지 못할만큼 일반적인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10년, 20년을 가는 진정한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우리가 이 이야기의 시작점에서 만난 Why라는 단어와도 연결된다. 누군가 호텔을 짓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호텔의 본질을 생각해보자. 그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굳이 지금과 같은 전형적인 로비와 객실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서울의 상도동에는 '핸드픽트'라는 이름의 호텔이 있다. 모노클이 세계 100대 호텔로 꼽은 유일한 한국의 호텔이다. 이 호텔이 남다른 이유는 이른바 '서울의 가정집'을 모티브로 호텔의 차별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이 호텔은 9층에 로비가 있다. 모든 객실엔 간접등이 아니라 직접등을 달아놓았다. 기존 호텔이 가진 장식적인 요소의 스탠드나 그림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조식으로 콩나물국밥이나 북엇국 같은 한식이 제공된다. 9층의 로비에선 아침마다 고즈넉한 서울 상도동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묵기 원하는 호텔은 가장 '서울스러운' 경험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 호텔에서 TV를 켜면 창업자의 스토리가 화면 가득히 흘러나온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이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본 외국 손님들이 반응이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소는 그 존재 자체로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한우를 좋아하고 제주도산 흑돼지에 열광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세스 고딘은 비유로 색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다른 제품과 서비스와 '남달라야' 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남다름은 본질에 맞닿아 있을 때 오래갈 수 있다. 그러니 보랏빛 소를 찾는 무모한 노력보다는 내가 가진 것들에서 차별화를 고민해 보자. 예를 들어 나는 내가 가진 장점들의 조합으로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세상엔 브랜드 전문가들이 너무 많다. 글을 잘 쓰는 사람도, 강연을 잘하는 사람도 많다. 자신의 지식과 정보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 모두를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이렇게 브랜드와 글쓰기, 강연과 커뮤니티 운영 등 조금씩 잘하는 것들의 교집합에서 'small'이라는 단어를 찾아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브랜딩하고 몸값을 높이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혹은 개인이든 차별화의 방법은 서로 맞닿아 있다. 만일 카페를 오픈한다면 카페의 본질을 매우 깊이 오랫동안 고민해보자. 사람들이 카페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맛일 수도, 카페 주인과의 관계일 수도, 공간이 주는 남다른 느낌일 수도, 그도 아니면 카페에서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작업공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학교 출신인가로 사람을 줄세우듯 단 한 가지 조건으로 그 사람과 제품과 서비스를 판단하고 소비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다르다. 나는 MZ세대의 이른바 가치 소비가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들 세대는 심지어 일본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들에 주눅들지 않는다. 우리 세대와 같은 고정관념과 선입견에서 자유롭다. 그리고 '남다름'이라는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한다. 그러지 않았다면 풍자와 같은 트렌스젠더가 유튜브를 넘어 공중파에서까지 활약하는 놀라운? 장면을 목도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몸을 맡기고 내 안에서 그 답을 찾아 보자.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 사람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남다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성별과 나이는 물론 자라온 환경과 가치관이 다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차별화는 결국 '나다움'이 되어야 한다. 남과 다른 나다운 것들로 차별화한 제품과 서비스는 오래갈 수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나는 날마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나고, 오래된 브랜드를 탐구하는 작업들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다. 그것을 글과 강연으로 풀어내는 일은 너무 보람있다. 이러한 지식과 정보들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 그러니 차별화의 답을 본질에서, 내 안에서 찾아보자. 그것이 설렁탕인지 고깃집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세상의 모든 브랜드는 결국 한 사람의 창업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