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Product & Service - 세 가지 창업

스몰 브랜드를 위한 12단계 브랜딩 프로세스

세상에는 3가지 유형의 창업자가 있다. 첫 번째는 '아이템형' 창업자다. 치킨이든 고깃집이든 '될 만한' 시장을 보고 창업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시장성이다. 돈이 될만 하다면 적성이건 역량이건 중요하지 않다. 또한 가장 실리에 밝고 현장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한편 아이템을 넘어 컨셉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전략가형' 창업자들이다. 요즘 들어 컨셉의 중요성은 핫한 가게와 그렇지 않은 가게를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이 되었다. 예를 들어 최근에 김정훈 대표가 오픈한 '전파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대표는 전 한 번 먹어보지 않고 전집을 오픈했다. 그는 일본 신주쿠 거리 한 가운데 한국의 전집이 생겼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비 오는 날 재료가 소진되어 완판되었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어쩌다 창업'을 한다. 예를 들어 40대 중반 이후 회사를 나와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창업을 할까? 그들이 자신에 맞는 아이템을 고민할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까? 이런 사람들이 시장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컨셉으로 충만한 창업을 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그래서 안전한 프랜차이즈 창업을 노린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편의점을 창업하면 수천 만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자신이 가져가는 돈은 알바보다도 못한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 어쩌다 사장님이 될 수는 있어도 어쩌다 성공까지 하기는 힘든 일이다. 아니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국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49만 9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신생업체의 3/4 가량이 5년 내에 폐업하는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통계가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12단계의 브랜딩 프로세스는 어쩌면 창업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인지도 모른다. 이 중 앞선 5단계는 나와 시장의 탐색 과정을 의미한다. Why, Strength, Core Value는 내가 시장에 줄 수 있는 것들이다. Customer와 Pain Point는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한 마디로 나를 알고 시장을 안 후에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지 결정하자는 의미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급한 마음에 '무엇을' 팔지부터 고민한다. 될만한 아이템을 고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뜨는 아이템은 시장의 정점에 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10년에 뜰 만한 시장을 미리 준비하고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분이다. 그 10년을 견딜만한 자본과 안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공부'라고 생각한다. 생애 첫 취업을 위해 4년 동안 대학을 다니듯 인생의 절반을 책임 질 창업 역시 그에 준하는 공부와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많은 성공한 사업가들은, 그중에서도 진솔한 창업가들은 스스로를 '어쩌다 성공'했다고 말한다. 마치 김연아가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일찌감치 '측정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브랜드 분야의 대가인 데이비드 아커는 브랜드를 자산(Esset)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업의 성공이라는 암묵지는 측정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물론 반드시 성공하는 창업의 공식 따위는 있을리 만무하다. 그러나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필요 조건 정도는 있지 않을까? 사실 어떤 아이템을 선정하는가는 성공의 조건에 있어 아주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아이템을 '남다르게' 파는 것은 수백 만 가지의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


주변 사람들 중 '고기리 막국수'를 탁월하게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맛도 없는데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현실을 도저히 이해 못하겠는 사람들은 많이 보았다. 그러나 고기리 막국수의 경쟁력은 '환대'에 있다. 막국수 하나 먹으면서 마치 호텔의 컨시어지를 연상케 하는 서비스를 경험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 중이지만 이 식당의 내부는 조용하고 정갈하다. 슴슴하기 짝이 없는 맛을 깊이 음미할 줄 아는 사람들에겐 다시 없을 식당이다. 맛집이란 사람에 치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뜨거운 숯불이 머리 위를 지나다녀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를 받아들이는게 우리네 식당 문화다. 하지만 종가집 맞며느리가 정성을 다해 대접하는 듯한 이 식당의 '경험'은 맛 이상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사람들을 부른다. 투병 중인 남편과 함께 고기리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막국수를 팔기 시작한 스토리는 막국수의 맛에 마지막 감칠맛을 더한다. 이것이 바로 아이템을 넘어선 서비스의 정점이다.


성공한 가게들은 이유가 있다. 나는 이들의 성공 공식을 정리하면 10여 개 정도로 정리가 가능할 것이라 확신한다. 예를 들어 음식점을 창업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 음식점을 성공시킬 요인은 단 3가지다. 음식의 맛, 창업자의 마인드, 그리고 시장의 트렌드다. 물론 주방장의 능력, 식당의 규모와 인테리어, 입지 등의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음식점의 본질을 생각하면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게 무리수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핵심 경쟁력을 쪼개고 조합하면 수백 만 가지의 경우의 수가 나온다. 사실 주방장과 공간과 인테리어도 맛의 일부분에 속한다. 입지와 유동 인구는 시장의 요소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성공한 사례들을 구조화해 공부해보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어쩌다' 창업한 많은 사장님들의 실수와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수능 시험을 치듯이 창업을 고민한다면 공부를 하자. 수많은 경우의 수를 산정하고 나에게 적합한 경쟁력을 산출해 보자. 예를 들어 수백 년 동안 사람들에게 각인된 설렁탕은 아이템 자체를 차별화하긴 힘들다. 이런 경우 필요한 것은 남다른 서비스, 창업자의 마인드다. 고기리 막국수처럼 맛은 평범하지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고깃집이라면 또 다르다. 앞으로 차별화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바비정이 만든 고깃집은 두께를 다르게 하고, 부위의 조합을 다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다름아닌 데이터다. 그것도 10년 후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통계라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난다면? 6,70년대 생 은퇴자들이 창업을 한다면? 이런 경우의 수를 가정한다면 그에 맞는 아이템과 입지와 컨셉을 준비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제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삶을 영위한다. 혹자는 그 자신이 제품이거나 서비스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품과 서비스를 단순한 아이템으로 규정하지 않는 마인드다. 어떤 이는 막국수를 파는 것 같지만 '환대'를 판다. 어떤 사람은 고깃집을 하는 것 같지만 '컨셉' 장사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이면에 있는 시장, 아니 소비자, 아니 사람의 숨은 욕구를 읽어내는 일이다. 제품과 서비스는 인간 욕망의 정수이자 에센스다. 치킨을 먹고 싶은 사람들의 TPO(때와 장소와 상황)를 이해하면 수백만 가지의 남다른 창업 아이디를 도출해낼 수 있다. 집에서 먹는 치킨과 한강변에서 먹는 치킨의 선택 조건은 다를 것이고, 가족이 원하는 메뉴와 파티에서 먹는 치킨의 맛과 모양은 또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공부를 하자. 수능을 준비하듯 창업을 준비하자. 인생의 절반이 걸린 이 어려운 문제를 푸는데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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