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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동네 식당은 무엇이 다를까? - 천안 '육화미'

1.


잘되는 식당의 비법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 답의 일부를 천안에 있는 고깃집 '육화미'에서 발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잘되는 식당의 원인을 메뉴나 맛, 입지와 상권에서 찾을 것이다. 그러나 잘 되는 식당을 만날수록 그 해법은 다름아닌 '직원 교육'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오래 가는 식당의 가장 큰 공통점 중 하나는 직원들 다룰 줄 안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직원들이 불만 없이 일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줄 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매뉴얼'이다. 그리고 '기업 문화'다. 그런 의미에서 육화미의 일하는 시스템을 잠깐이나마 여러분들께 소개하고자 한다.


2.


테이블은 손님의 공간임을 잊지 않는다. 반드시 양해를 구하고 서비스를 시작한다. 빈 병을 가져가는 것이 자칫 손님에게는 무례하게 비칠 수도 있다. 병 수를 세는 것에 민감한 손님도 있기 때문이다. '안녕히 가세요'가 아니라 반드시 '또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게 한다. 태블릿은 고정형이 아닌 들고 볼 수 있는 휴대용으로 준비한다. 안쪽 자리에 앉은 어르신에게 키오스크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7단계로 응대 순서를 나눠 직원들을 철저히 교육시킨다.


3.


손님들은 반드시 두세 걸음 앞에서 인도한다. 손님들은 창가 자리를 선호하지만 계절에 따라 자칫 더울 수 있음으로 그 점을 충분히 안내한다. 아이가 있는 손님에게는 놀이방 앞자리로 안내한다. 셀프바가 가까운 자리를 우선 안내한다. 손님에게 안내할 때는 반드시 손바닥이 위로 가게 해서 안내한다. 중요한 것은 안내의 내용이 아니라 밝은 표정과 눈빛이다. 천천히 정확하게 설명하고 안내한다.


4.


아이가 있는 고객에게는 스마트폰 거치대와 선풍기, 아기 식기, 아이용 의자, 조미김 등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을 챙겨 드린다. 반드시 선 멘트 후 안내한다. 5번 이상 감사의 표현을 전한다. 5개의 빈 자리가 나도 나중에 온 5명 보다 먼저 온 2명을 먼저 안내한다. 가장 큰 목적은 효율이 아닌 고객의 재방문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이런 문제로 마음이 상한 고객은 다시는 매장을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로 서비스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직원들도 사장 말을 결코 따르지 않는다.


5.


이 모든 서비스는 '사람에게 문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결정을 내린다. 사람에게 문제가 없으니 일하는 환경을 바꾸는데 집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컵에 자꾸 이물질이 튄다면 그 이유를 살핀다.(이 경우 커피용 시럽을 펌프질 할 때 내용물이 튄다는 사실을 알고 거치대를 바꾸는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직원들은 바빠도 바쁘지 않아도 늘 힘들다. 직원들에게 문제가 없다는 전제로 해결책을 찾는다.


6.


최근 와이프가 식당 일을 시작했다. 홀 매니저로 일하는 와이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불필요한 생수병을 없애는 일이었다. 가게 규모에 비해 50만원의 비용이 드는 생수 대신에 물병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 쉽지 않았는데 그건 바로 이모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이모들은 하던 대로 일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와이프는 그 일을 직접 하는 것으로 이모드의 반대를 넘어섰다. 식당의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 일은 이렇듯 그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다.


7.


두 번째로 와이프가 한 일은 창가쪽 자리에 손님을 앉히는 일이었다. 이 공간은 그동안 이모들이 쉬는 자리로 활용되고 있었다. 손님들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 안쪽 자리부터 앉히는데 불문율이었다. 와이프는 그 자리에 먼저 온 손님들을 앉히기 시작했다. 기존의 손님들이 보여야 새로운 손님들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8.


마케팅과 브랜딩의 본질은 결국 매출을 올려 지속가능한 식당 운영을 가능케하는 것이다. 무슨 이런 일까지 신경써야 할까, 하는 일들을 하는 것이 바로 스몰 브랜딩의 브랜딩이고 마케팅이어야 한다. 홀매니저인 와이프는 상권을 분석하기 위해 일부러 잡일을 하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일을 종종 한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주차비 5천원을 우습게 생각하는 50대 남성을 만날 때마다 한심함을 느낀다고 했다. 대기업을 다니던 그들에게 하찮아 보이는 작은 돈이 식당의 존폐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였다.


9.


천안의 고깃집 '육화미'는 이런 디테일한 운영으로 4개의 직영점, 40여 명의 정직원, 40여 명의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일하며 매해 8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직원들은 하루 세 번 회사 내부 프로그램을 통해 수십 개의 체크리스크를 매일 점검해서 사진과 함께 올린다. 이렇게 정착된 매뉴얼의 장점은 서로가 감정을 다치지 않고 물흐르듯 정해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런 매뉴얼이 없다면 상사의 지적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여 그 자리에서 뛰쳐나가는 직원들을 막을 길이 없었을 것이다.


10.


물론 대기업들 역시 이런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이기 때문에 그런 규율을 참거나 심지어 자랑스러워하는 일들이 식당에선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식당 직원들은 이런 규율을 요구하면 쉽게 다른 식당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매뉴얼을 만들기 힘들다. '육화미'의 교육을 받는 어느 식당 주인은 직원들에게 유니폼을 입히는데 무려 4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11.


그러니 식당, 카페, 학원, 개인 병원 같은 작은 브랜드들에겐 그들만의 매뉴얼과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저항을 줄이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갈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오너의 카리스마와 권위로 이같은 시스템을 결코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직 소수의 스몰 브랜드만이 이런 나름의 시스템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천안에 있는 '육화미'의 매뉴얼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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