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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글쓰기, 그리고 퍼스널 브랜딩에 대하여...

어느 날 다음과 같은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지금은 프로그램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일을 하다보니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행복하려고 노력했지만 일에 만족감이 없는 것 같더라구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뭘 만들고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 재밌지 않을까? 도전이라도 해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공부하고 적용해보고 싶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생면부지의 내게 이런 글을 썼을까 싶어 고민하다가 다음과 같은 글을 한 번 써보기로 했다.


1.


나이 오십이 넘으면서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찾아왔다. 의사는 당장 체중을 줄이고 운동을 하라고 했다. 안그러면 금방 당뇨병이 찾아올거라 겁을 주었다. 그래도 나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 체중은 급격히 늘어 의사의 경고가 있을 때보다 무려 12kg이 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가 '런데이'라는 앱을 하나 소개해주었다. 하루 1분 달리기로 시작해 8주 동안 30분 달리기를 완성하는 미션도 추천해주었다. 나는 속는 셈 치고 이 앱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2.


결과는 놀라웠다. 일단 체중이 9kg 정도 줄었다. 먹을만큼 먹고도 살이 빠졌다. 3,4kg만 빼면 이전의 체중으로 돌아간다. 혈압도 정상이다. 당뇨도 없다. 무엇보다 몸이 가벼워졌다. 요즘 날씨에 얇은 옷을 입고 나가면 마치 날아갈 듯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8주 동안 24번을 달리는 미션을 완수했다. 가장 마지막 미션 때는 40분을 뛰었다. 5월 초에는 7km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3.


글쓰기에 관한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 미션은 이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와의 대화에서부터 시작됐다. 직장일에 지친 동료에게 '뭐라고 해보라'고 말하던 내가 본보기가 되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를 두 달 째 계속하고 있다. 글쓰기와 브랜드에 관한 영상을 모두 62개나 올렸다. 평일 새벽 6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영상을 올리기 위해 글쓰기에 관한 책을 최소 100여 권 이상 읽었다. 이제는 책의 도입부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감이 오는 수준에 이르렀다. 책마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4.


앞선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이 분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뭐라도 시작해서 '시장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글쓰기로 따지자면 매우 모호한 표현이다. 모호한 글은 구체적이지 않은 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는 연도, 나이, 앨범, 술, 친구, 나이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글은 살아있는 생동감을 준다. 그래서 나는 이 질문을 한 분에게 되묻고 싶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시장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이런 고민은 언제고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당신 주위를 떠돌 것이다.


5.


내게는 구본형이란 롤 모델이 있다. 이 사람은 평범한 직장인이었으나 그 삶에 만족하지 않았다. 매일 새벽 2시간 먼저 일어나 글을 썼다. 요즘과 같은 인플루언서는 아니었지만 그 글에는 매력이 있었다. 때마침 IMF가 터졌고 사람들은 구본형의 글에 열광했다. 주변에 따르는 사람들이 생겼다. 말솜씨과 화려하지도, 탁월한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그 매력에 반한 제자들이 생겨났다. 구본형씨는 지금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제자들은 남아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는 스스로 나무처럼 살고 싶다고 했다. 찾아가지 않아도 그늘과 열매를 제공하면 사람이 찾아온다고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았다.


6.


나도 구본형씨처럼 살고 싶다. 대단한 스펙도, 화려한 외모도 가지지 못했지만 글과 말로 사람을 돕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더 구체적으로는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작은 회사의 대표들과 같은 스몰 브랜드를 돕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실제로 지금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 명예도 큰 돈도 따르지 않지만 이 일의 가치를 알고 있어서다. 작은 카페, 과일 가게, 학원 원장님과 비즈니스와 마케팅과 브랜딩을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실천하는 삶이 너무 좋다. 나의 하루는 그 누구보다도 '구체적인' 일로 가득하고 자신할 수 있다.


7.


물론 시장의 인정도 받고 있다. 적지 않은 개인과 회사들이 나를 찾아온다. 나는 내가 배운 브랜드 지식, 글쓰기와 말하기의 경험을 가지고 이들을 돕는다.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7년 동안 이 일을 하며 수험생 둘의 학원비와 생활비를 버는 데는 성공했다. 그동안 3권의 책을 써냈고 내노라 하는 회사들의 강연도 꽤나 많이 해왔다. 시장에서 나는 '스몰 스텝'이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나는 자기계발과 브랜드의 영역에서 아주 작으나마 내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8.


그러니 나는 이 글의 맨 처음에 나온 어느 질문에 대해 조금은 답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발견'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넘어선 '나에게 힘을 주는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 그 무엇이 누군가에게는 글이고, 음악이고, 그림이고, 수다이고, 운동일 수 있다. 돈과 상관없이 나를 들뜨게 하는 그 무엇이 없는 사람은 사실상 (마음이) 죽은 사람이다. 우리는 그것을 '우울'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마른 가지처럼 죽은 영혼을 살리려면 그 '무엇'을 치열하게 찾아야 한다. 내일 아침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글이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수다이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9.


이렇게 일상에 불을 붙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활력을 찾은 사람은 뭘 해도 그 결과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많이 보고 듣고 배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게 맞는 도화선'을 찾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오직 그 사람에게만 통하는 방법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시장이 원하는 일들을 찾아보자. 이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숨은 욕망'을 찾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충분한 독서와 관찰, 그리고 경험이다. 이럴 때는 롤모델을 찾는 것이 효율적이다. 나는 구본형씨가 한 그대로 따라 했다. 그러나 결국엔 자신만의 방법을 찾게 된다. 누군가를 따라 한들 그 사람과 같은 살 수는 없다. 물론 그래서도 안된다.


10.


그러나 무엇이 내게 힘을 주는지 모른다면 달려보자. 글을 써보자. 유튜브를 해보자. 내게 맞는지 맞지 않는지도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러다 한달, 두달을 계속하는 '무언가'를 찾게 된다면 그것은 축복이다. 퍼스널 브랜딩 같은 거창한 말에 휘둘리지 말자. 내일 아침 설레임으로 시작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소일거리를 찾아보자. 런데이 같은 앱을 깔고 달려보자. 흥미로운 주제의 책을 매일 읽고 리뷰해보자. 기타를 배우거나 그림을 시작해보자. 작으면 작을수록, 부담이 적을수록 더욱 좋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의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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