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식당 홀 매니저의 고군분투 운영 이야기 #12.
1.
장사가 잘 되고 있습니다. 120 전후에 머무르던 매출이 180, 190을 연달아 찍고 있다고 하네요. 손님이 늘어나자 일이 늘고, 일이 늘어나자 빡빡이 셰프도 함께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저녁 설거지 알바를 구하지 않으면 그만 두겠다고 난리를 피웁니다. 하지만 저녁 서너 시간만 일해주는 사람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와이프는 사장에게 초음파 세척기를 사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요즘 매출을 알고 있던 사장이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보냅니다.
2.
일이 늘자 파출부를 쓰는 일도 늘고 있습니다. 오늘이 그랬다네요. 파출부는 식당이 급하게 사람을 필요로 할 때 쓰기 때문에 시간당 페이도 많습니다. 하지만 당장 사람을 구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쓰게 됩니다. 문제는 식당 이모가 고작 5시간 일하고 가는 파출부와 신경전을 벌인다는 겁니다. 아마도 이전에 한 번 일했던 모습을 본 빡빡이 셰프가 언질을 준 모양이죠. 문제는 이런 이들의 신경전이 손님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는 겁니다. 이런 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와이프는 두 배로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손님에게 쏟아야 할 에너지가 분산되는 걸 어쩔 수 없습니다.
3.
원래 이 글의 주제는 '장사는 사람, 사람, 사람이다'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으로 인해 시달리던 와이프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로봇, 즉 코딩이 자리하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생각을 말하는군요. 그러고보니 요즘 들어 로봇이 서빙하는 식당을 자주 만납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건 올드한 얘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수많은 가게가 주인과 손님만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은 어쩌면 더욱 중요해질 수도 있겠네요.
4.
장사가 잘 되는 이유만 해도 그렇습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한 와이프의 노력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와이프는 중국에서 일한 내 친구를 통해 모든 메뉴판을 중국어로 정리했습니다. 빡빡이 셰프와 점덕이 이모 등 사람을 다루는 일이 홀 매니저가 하는 거의 대부분의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초음파 세척기만 해도 사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솔루션이었습니다. 최근에 생긴 현대붕어빵은 로봇팔이 빵을 굽고 있었으니까요.
5.
사실 저도 식당에 갈 때마다 자동화 되는 모습을 보고 흠칫 흠칫 놀라곤 합니다. 부산역에서 국밥을 먹을 때도 로봇이 서빙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기계를 들이는 이유는 와이프가 경험했던 것처럼 내부 인력 간의 갈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변수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죠. 그러나 이로 인해 식당 주인과 손님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더 정교해질 겁니다. 로봇이 많다고 해서 식당이 삭막해진다는 건 짧은 생각일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과 손님간의 소통은 더욱 중요해질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