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식당 홀 매니저의 고군분투 운영 이야기 #10.
1.
바야흐로 여름입니다. 콩국수의 계절이죠. 그런데 본사의 압박으로 마지못해 낸 순두부가게 콩국수가 잘 팔립니다. 작년만 해도 하루에 하나 나가던데 10개 이상씩 나갑니다. 와이프는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빡빡이 셰프로부터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작년만 해도 인근 가게들이 모두 콩국수를 했었다네요. 그리고 함께 망했답니다. 왜냐하면 모두 같은 공장의 기성 제품을 썼기 때문이죠. 그래서 올해는 아무도 팔지 않았는데 마지못해 판 순두부가게가 이득을 본 겁니다. 소뒷발에 쥐잡기처럼요.
2.
와이프는 이야기합니다. 왜 장사가 잘 되는지, 왜 안되는지 아무도 고민을 안한다고 말입니다. 작년에 왜 장사가 잘 되었는지, 올해 왜 장사가 잘 되는지, 아니 그보다 왜 작년에는 모두 같은 공장의 콩국수를 팔아야만 했는지 아무도 고민을 안하는게 신기하단 겁니다. 물론 바쁘겠지요. 메인 메뉴도 아니니 더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질문을 하지 않으니 답도 안나옵니다. 브랜딩이나 마케팅이 거창한게 아니잖아요. 사람들의 필요를, 욕망을, 가려운데를 해소해주는게 비즈니스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불경기를 탓합니다. 그리고 어느새 진짜 불황이 가게를 찾아옵니다.
3.
그 와중에 와이프는 내게 3페이지나 되는 메뉴판 초안을 들이댑니다. 중국어 잘하는 친구에게 번역을 부탁해달라네요. 파파고로 돌려 어설프게 번역한게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제대로 된 영문, 중문 메뉴판을 준비해서 손님들에게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 사이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하루 120 하던 매출이 150, 160으로 늘고 있습니다. 보조 셰프를 구하기 위해 와이프는 인근 대학의 조리학과를 찾아간다고 합니다. 신이 난 사장이 따라간다고 하네요. 이렇게 또 순두부 가게의 하루가 지나고 있습니다. 이 가게 정말 더 잘 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p.s. 오늘 와이프가 일하는 식당이 최고 매출을 찍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