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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다'와 '경탄하다'가 이렇게 다른 말이었나요?

'놀라다'와 '경탄하'다,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전혀 상관이 없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표현 사이에는 집중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비밀이 녹아 있습니다. 바로 ‘놀라다’에는 ‘당하는 입장’이 포함되어 있고, ‘경탄하다’에는 ‘주도하는 입장’이 들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타면서도 “깜짝 놀랄 정도로 무서웠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세상에, 정말 경탄스럽다. 어쩌면 이렇게 잘 만들었을까?”라는 말로 무언가를 관찰하고 스스로 배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창조의 말을 듣고 자란다면 아이는 얼마나 멋지게 성장할까요?


- <부모의 어휘력>, 김종원


***


'공부머리 독서법'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성적이 현저히 떨어지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듣는 수업'에 익숙해진 나머지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원인으로 독서의 부족을 말하고 있습니다.


원생이 1,000명이 넘는 수학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어느 날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문제는 잘 푸는데 지문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즉 수학은 잘하지만 국어는 어려워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어쩌면 아이들이 유튜브를 보느라 책 읽기를 소홀히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왜냐하면 선생님의 말에 의존하는 사교육이 아닌 독서는 사고력, 문해력을 길러주니까요. 그리고 시험도 결국은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결과를 좌우하고요.


그런면에서 '부모의 어휘력'이라는 책은 흥미로웠습니다. '놀라다'와 '경탄하다'란 말의 뜻의 차이를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다는게 놀라웠습니다. 평범한 단어들도 수동적인 의미와 주도적인 의미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니... 은유 작가는 그의 책에서 '언어는 그 사람의 세상'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세상 안에서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인즉슨 언어의 세계가 넓어지면 사고의 세계도 넓어진다는 말이 되는 것이죠.


제 직업인 '브랜드'의 영역에서는 이 말이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일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알고, 그 가치를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과정이 브랜딩입니다. 예를 들자면 사람들은 '이니스프리'라는 화장품에서 청정이나 자연주의와 같은 가치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이 말 자체는 굉장히 추상적인 표현이죠. 그래서 이니스프리는 '제주'라는 컨셉을 적용해서 자신들의 화장품을 사람들에게 어필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깨끗한 곳 중 하나로 꼽는 곳이 바로 제주이니까요.


조금 멀리 오긴 했지만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언어력, 어휘력은 중요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말과 글이 전부니까요. 그 중에서도 정확하고 명료하게, 대면하지 않고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방법은 글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런 능력이 앞으로 더더욱 중요해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한 개인이 SNS와 같은 채널을 통해 대중에게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전할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이 직업이 되고 돈까지 벌 수 있게 해주죠.


결국 답은 '독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게 되면 어휘력과 문해력은 좋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이 이 능력을 가지게 되면 성적이 오를 겁니다. 어른들이 이 능력을 가지면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똑같이 놀이터를 가도 누군가는 그저 '놀랄' 뿐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속에서 '경탄'을 찾아내고 그것을 자신의 비즈니스에 적용할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낼 차이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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