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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자본주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있다. 그 중 하나는 로켓이다. 로켓은 멈춤이 없다. 멈춤은 곧 추락을 뜻한다. 1단, 2단, 3단으로 된 추진체를 소모해가며 끝없이 올라간다. 또 다른 이미지는 연어다. 연어는 알을 낳기 위해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 몸이 상해도, 곰에게 잡아먹혀도 오로지 강의 상류를 거슬러 오르는데 목숨을 건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만든 시장의 생태계의 우리 모습이라고 하면 그것은 지나친 과장일까.


하지만 모두가 그런 삶을, 비즈니스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성심당은 대전 이외의 지역에서 빵을 팔지 않는다. 세밀화로 유명한 보리출판사는 아예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않는 것이 회사의 모토다. 그래서 쉽고 편하게 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버리고 한 권을 만드는데 수 년이 걸리는 세밀화와 사전 같은 책을 만든다. 그런데도 이 회사들은 아직 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받고 회사도 성장하고 있다.


일본의 교토에는 수백 년 된 가게가 흔하다. 이들은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일한다. 그래서 부채 하나를 만들어도 당대 최고의 화가 그림을 그려넣어 말도 못하게 비싸게 판다. 이들 가게는 100년의 A/S를 보장한다. 천 년 이상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교토의 상인들을 '아킨도'라고 부른다. 상인 중의 상인이라는 자부심을 담은 이름이다.


어느 날 매출 100억 대의 전기자동차 충전기를 파는 회사의 대표님을 만났다. 그러다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동안 얘기를 나눴다. 성장의 기로에 선 회사 대표로서 가지는 고민을 듣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회사는 끝없이 성장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것일까. 어쩌면 '성장 가능한 지속성'이라는 말로 살짝 비틀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속가능함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친구들과 종종 들르는 '옥인피자'란 가게가 있다. 이곳은 첨가물의 거의 들어가지 않은 단호박 피자로 유명하다. 곱게 갈아낸 단호박에 우유와 크림 정도만 들어간다. 그런데 그 담백함 때문에 이 맛을 잊지 못하는 고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 가게의 모토는 '조금 느리지만 건강하게'이다. 작은 출판사 중에 책읽기, 글쓰기에 관한 책만 내는 곳이 있다. 그런데 '유유'라는 이 출판사는 매니아 고객층이 많다. 이런 브랜드의 공통점은 한 가지다. 사업 그 자체의 성장이 아닌 자신들의 '가치'를 확장하는데 집중한다는 점이다.


성심당은 '지역성'이라는 가치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보리출판사는 '나무 한 그루의 가치를 가진 책'을 만드는 것이 모토다. 교토의 가게들은 '전통에서 기인한 자부심'에 목숨을 건다. 옥인피자는 '느림의 미학'을 피자를 만드는 과정에 담아냈다. 유유출판사는 '쓰기와 읽기'라는 가치에 그들이 가진 모든 시간과 자원을 쏟아붇는다. 그리고 이런 가치를 알아보는 팬덤들이 재구매를 하고 입소문을 낸다. 작지만 강한 스몰 브랜드가 탄생하는 과정이다.


앞서 얘기한 자본주의 성장은 어쩌면 성장이 아닌 '팽창'인지도 모른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가오나시처럼 끝없이 음식을 탐하는 것은 무의미한 팽창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은 '핵심'을 확장하는 것이다. '뭣이 중헌지'를 알고 그 가치에 집중하는 회사들은 오래도록 사랑받는다. 그런 브랜드가 백년을 가고 천년을 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가 아닌 남이 정한 가치대로 살아간다. 진학과 취업을 위해 남들이 요구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하루를 불태우고 있다. 그들의 노력을 폄훼하려는 말이 아니다. 만일 그들의 노력에 핵심이 없다면 그것은 무의미한 팽창일 뿐이다. 하지만 또 다른 어떤 이들은 치열한 자기 발견의 과정을 거쳐 발견한 가치를 좇아 살아간다. 이것이 바로 핵심을 확장해가는 삶이다.


나는 4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몇 백만원의 연봉을 올리기 위해 매일 매일을 치열하게 살았다. 그러다 '스몰 스텝'이라는 책을 쓰면서 작은 실천을 통해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글쓰기라는 개인 역량을 통해 이런 생각을 담은 2,000여 개의 글을 꾸준히 써왔다. 이런 노력은 결국 출간과 강연으로 이어졌고 지금도 한달에 대 여섯 건 이상의 강연을 통해 나의 핵심가치, 즉 '작은 실천이 만드는 확실한 성공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삼성이나 현대, LG 같은 회사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골목과 동네에서 최고의 가게를 만드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삶도 대기업을 운영하는 것 못지 않게 가치있는 일 아닐까. 다행히 세상이 변해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브랜드의 빵보다 동네 빵집을 더 많이 찾는다. 그렇다면 이런 작은 브랜드를 위한 지식과 지혜는 빅 브랜드의 그것과는 달라야 할지 모른다. 지금 내가 하는 이런 그런 노하우와 솔루션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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