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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사라진 도시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 곱씹어 생각해볼만한 내용의 유튜브 내용을 텍스트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요즘 밤길을 걸으면 묘한 적막이 느껴진다. 한때 불야성을 이뤘던 대학가와 먹자골목은 저녁 8시만 넘어도 기세가 꺾이고, 셔터를 내린 상가 앞에는 먼지 쌓인 ‘임대’ 딱지만 바람에 흔들린다. 이 낯선 풍경을 단순히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겠지”라고 넘길 수 있을까. 아니다. 이것은 우리 기분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된 거대한 구조변화의 그림자다.


데이터를 보면 상황은 더 적나라하다. 2025년 2분기 기준 주점 매출은 1년 전보다 9% 감소했고, 노래방 매출도 8% 줄었다. 서울에서는 1년 동안 1,300개의 호프집이 사라졌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지금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수가 550만 명으로,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도 적다는 점이다. 경기만 좋아지면 손님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은 이번엔 통하지 않는다. 지금의 붕괴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문화의 종말과 경제의 붕괴가 동시에 찾아온 퍼펙트 스톰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태풍은 ‘문화’의 변화다. 지난 20년간 술집과 노래방을 유지시킨 가장 강력한 고객은 직장인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회식’이라는 이름의 관습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회식은 사라졌고, MZ 세대는 강압과 술 강요 없는 문화를 선택했다. 회식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강제적인 술자리를 원하지 않는다. 대신 클라이밍, 영화, 연극, 자격증 공부, 멘토링 모임 등 ‘경험 기반 회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수동적인 아날로그 유흥은 능동적인 경험 소비에게 밀려났다. 두 번째 태풍은 스마트폰과 자기계발이라는, 훨씬 거대한 라이벌의 등장이다.


노래방 1시간 3만 원, 술자리 2차 4만 원 대신, 사람들은 월 17,000원의 넷플릭스를 택했다. OTT는 술집과 노래방의 최강 경쟁자였고, 결국 이 싸움은 이미 끝났다. 더 무서운 변화는 자기계발이다. 직장인 10명 중 7.5명이 운동·외국어·자격증·사이드 프로젝트에 시간을 쏟는다. 미래가 불안한 시대, 술 마시는 밤은 ‘낭비’가 되었고, 자기계발은 ‘생존’이 되었다. 유흥의 밤이 사라지고 생산성의 밤이 온 것이다.


여기까진 문화 이야기다. 하지만 진짜 비극은 경제다. 2025년 1분기, 실질소득은 증가했는데 소비 지출은 줄었다. 돈을 벌어도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포 때문이다. 사람들은 미래가 두려워 저축하고 빚을 갚는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지갑이 닫히는 분야가 바로 술값과 노래방비 같은 선택적 지출이다.


반면 사장님들이 견뎌야 하는 비용은 폭등했다. 지난 5년간 외식 물가는 25% 상승했고, 임차료·인건비·이자는 매달 올라간다. 공실이 나도 임대료는 내려가지 않는다. 재료비는 뛰고, 손님은 줄고, 빚은 쌓인다. 그 결과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이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43.6%는 3년 안에 폐업을 고민한다. 폐업은 끝이 아니라 빚의 시작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105조 원, 그리고 2025년 대출 연체율은 15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2024년 신용유의자(구 신용불량자)는 14만 명, 단 1년 만에 28.8% 증가했다. 이 14만 명은 누구일까. 트렌드를 이끄는 20대? 아니다. 50대는 33.3%, 60대 이상은 무려 47.8% 증가했다. MZ 세대가 ‘꼰대 회식’을 끝냈지만, 그 문화의 비용은 50·60대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진보가 누군가에게는 파산 통보였다. 지금 우리는 밤의 풍경 속에서 거대한 구조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아날로그 유흥의 종말, 경험 기반 문화의 부상, 고금리·고물가·소비 공포가 만들어낸 경제적 재난.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 붕괴의 여파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문제는 지금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남겨진 50~60대 자영업자들, 24만 명의 가게와 가정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변화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밤이 사라진 도시에서, 이 질문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y3xovwDtr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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