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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어른 May 20. 2024

매일 아침 달콤한 츄~ 모닝

스페인이 그리운 첫 번째 이유 : 갓 튀겨낸 추로스와 초콜라떼

2016년 바르셀로나 신혼여행 첫날. 들뜬 마음으로 허니문 스냅 촬영을 마쳤다. 긴 비행에 대한 피로와 시차가 겹쳐 저녁 6시쯤 까무룩 잠들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 보니 어느덧 새벽 3시다. 첫 날밤의 로맨틱 디너는? 아쉬운 마음에 어두컴컴한 람브라스 거리로 나선다. 한참을 헤매다 작은 그로서리에서 까바(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와 1유로짜리 하몽, 딱딱한 크래커를 벤치에 앉아 먹는다. 여전히 헛헛한 속, 호텔 조식이 시작되려면 3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컵라면이라도 먹고 싶은 마음.


저 멀리 작은 트럭에 조명이 켜지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니 Xurreria 트럭이다. 갓 튀겨낸 추로스를 뜨거운 초콜릿에 찍어먹는 그 맛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다정한 남편과 눈을 마주치며 번지르르 기름진 입술에 묻은 초콜릿을 핥던 달콤하고 아찔했던 추로스의 첫 기억.


 




결혼 10주년에 바르셀로나에 꼭 다시 오자던 약속이 7년 만에 이뤄졌다. 우리가 사랑하는 스페인에 다시 왔다. 남편은 아이에게 추로스를 얼른 맛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 추로스를 처음 먹는 아이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면 그저 웃음이 난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츄레리아를 찾았다. 1962년부터 60여 년 업력을 자랑하는 노포다. 어쩐지 허름한 외관임에도 로컬들로 붐빈다. 출근길에 잠시 들러 카페 한 잔과 추로스를 즐기는 모습에서 스페인 특유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추로스를 처음 입에 넣은 아이의 커다란 눈이 더 커졌다.


엄마!!! 또 시켜줘! 너무 맛있다!!! 진짜 맛있다!!!


바르셀로나 @ Xurreria Laietana
@바르셀로나 Xurreria Laietana


그날 이후로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 아이와 호선생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외친다.



츄~~~~~~로스 먹으러 가볼까?



그렇게 우리 가족의 추로스 원정이 시작되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유명하다는 츄로스 가게에 모두 들렀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유명한 츄레리아 <산 히네스>
120년 업력의 츄레리아부터 초콜릿 전문 츄레리아까지
최신 설비의 프랜차이즈 매장까지.. 츄러스 제조과정을 눈 앞에서 확인하며..


덕분에 매일 아침을 '맥모닝' 대신 츄~모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 달간 스페인 6개 도시를 여행하는 동안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추로스를 맛볼 수 있었다. 1902년 문을 연 노포부터 초콜릿 장인이 있는 초콜라떼 전문점까지 10여 곳이 넘는 츄레리아에 방문했다. 갓 튀겨내 바삭한 추로스에 설탕과 시나몬가루를 뿌려서 진한 초콜라떼에 찍어먹을 때면, 매 순간 아이의 얼굴에 행복이 묻어났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아이와 남편 덕분에 거의 매일 츄레리아에 발도장을 찍었다. 붕어빵처럼 스페인 사람들에게 친숙한 간식이기에, 다양한 토핑과 소스로 변주를 얹은 추로스가 있으니, 취향껏 고르시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선택은 언제나 Chocolate & churros $ Cafe con Leche (카페라테)!



특히 바르셀로나 <Xurrreria Laiteina>의 Cafe con Leche는 환상적이었다. 풍성한 크레마가 얹어진 에스프레소의 진한 풍미를 고소한 우유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라테는 500일 여정 중 마셨던 커피 중 단언컨대 최고였다. 아직까지도 달콤한 추로스와 진한 카페 꼰네체의 풍미가 입 안에 감도는 듯하다.







미식의 나라 스페인에서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았지만, 정우에게 '스페인 = 추로스'로 각인된 모양이다. 아직까지도 종종 "엄마~ 츄~~로스 먹고싶어!! 우리 스페인 다시 가자!!"며 졸라대곤 한다. 매일 오전, 바삭한 추로스와 초콜라떼, 까페 꼰네체로 시작하던 하루. 덕분에 스페인은 우리에게 달콤한 기억으로 남았다.




엄마!

내 마음을 닮은 하트 모양 추로스에요~ 사랑해요!


사랑이 담긴 달콤한 추로스가 그리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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