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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화 Dec 01. 2022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겨울

글을 쓰려고 앉았다가 관두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뭔가를 쓰면 마음속에 박혀있는 뭔가를 비추어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몇 문장을 쓰다 보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실은 마음속에 깊숙이 박혀있는 그것을 지금은 비추어보고 싶지 않기도 했다. 


지난달 초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를 뉴스로 접한 당일 이후에는 뉴스는 가급적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직 동이 트기 전 경기도에 출장 간 남편이 내게 그 소식을 알려주었다. 어젯밤 이태원 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에 관한 뉴스를 몇 개 봤던 터라 몇 시간 후 전해진 소식은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저 '아니 어떻게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일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뉴스를 보지 않는 동안에 나는 그날 세상을 떠나신 분들의 사망을 알리는 전화를 받는 순간의 그들의 부모님, 형제들의 옆에 가있었다. 그 전화를 받고 나서 뒤바뀌는 세상. 앞에 열리는 문 너머에는 이제 상실과 고통이 절대 떠나지 않는 순간들뿐인 나머지 인생이 있다. 그날 세상을 떠난 사람은 156명이었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 모두가 앞으로 그 문 너머의 삶을 살게 되었으니 그게 몇 명인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생각하면, 갑자기 죽음으로 이별하게 된 사람들의 슬픔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래 만나면 헤어진다고 치자. 그런데 이렇게 잔인해야 하는 일이냔 말이다. 들이닥치는 줄도 모르는 새 인생을 휩쓸어가 버린 파도에 대해서는 어디에다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냔 말이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올 것만 같은, 하지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떠올릴 필요도 없다. 왜 그렇게 가야 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은 마음도, 그렇게 갑자기 가버린 사람을 생각하면 아깝고 안타까워서 찢어지는 마음도, 그 일이 있기 전으로 수없이 돌아가서 그 일을 막고 싶은 마음도,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니 제대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는 마음도. 


아름다운 생명들이 너무나 많이 떠나버린 일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마음으로 그 옆으로 날아가 그분들의 등을 쓰다듬어주는 일뿐이다. 그분들의 부모님은 앞으로 어떻게 사실지 너무나 눈에 선해서 앞으로 많은 날동안 무너지고 무너질 텐데.. 그게 안타까워도 내 삶도 이별로 엉망진창이 되었기에 늦은 가을이 가고 어느 날 갑자기 추운 겨울이 와버린 것처럼 그냥 그건 전부 다 겪어야 하는 것이기에 나는 그저 목격할 뿐이다. 


수많은 영혼들이 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울고 있는 가족들 곁에서 마음 아파 같이 울다가 너무 멀지 않은 날에 평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만난다'라고 했다. 만나서 헤어졌으니... 이제 다시 만날 일만 남았다. 꼭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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