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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May 01. 2017

Big Man

타겟형 스트라이커의 부재

맨시티는 평균 신장이 비교적 작은 팀이다. 펩 과르디올라 이전의 감독인 페예그리니 감독 체제에서도 신장이 큰 선수들이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데미첼리스...나 망갈라.... 등.. 더 이상 말하고 싶지는 않다. 여튼, 시간이 지날 수록 맨시티 선수들의 신장은 작아졌는데 그 신장 변화가 두드러지는 지역은 바로 공격 지역이다. 지금의 맨시티 공격진에는 세르히오 아구에로, 라힘 스털링, 르로이 사네, 케빈 데브라이너, 가브리엘 헤수스 정도가 있는데 이들 중에 신장이 크다라고 할 만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과르디올라 체제에선 발 밑을 중시하는 성향때문에 키가 큰 선수들이 들어올 확률은 더 낮아진다. 이러한 선수 구성이 꼭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이 선수들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나름의 성과를 내는 중이다. 


하지만, 이 선수들도 한계를 보일 때가 있다. 주로 중하위권 팀들이 맨시티를 만날 때 사용하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에서 이 구성은 고전할 때가 종종 있다. 소위 말하는 '버스 2줄'을 세워서 전원 수비에 나서게 되면 아무리 발이 빠르고 민첩한 선수라도 빈 틈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Big man 혹은 타겟형 스트라이커다. 피지컬이 탁월한 선수가 상대 수비수 1명 혹은 2명을 방해해주면 2선의 선수들은 훨씬 움직임이 편해진다. 물론, 세트피스 상황에서 신장이 큰 수비수들을 이용할 수도 있다. 맨시티도 수비수 범위까지 확장하게 되면 존 스톤스, 뱅상 콤파니 등의 신장이 큰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수비수가 공격에 참여하는 빈도가 많아질수록 수비 뒷공간도 그만큼 쉽게 허용되기 때문에 이들을 무작정 공격에 참여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네그레도..ㅠ

지금 맨시티 공격진에는 피지컬이 우위에 있는 선수는 0명이다. (그나마 이에나초가 신장과 덩치가 좋은 편인데, 사실 이에나초도 몸싸움을 그렇게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방금 종료된 미들즈보로와의 경기를 보고 나니 네그레도가 더욱더 그리워졌다. 13-14시즌부터 맨체스터 시티에 몸담았던 네그레도는 굉장히 흥미로운 타입의 선수였다. 몸싸움을 줄곧 하지만, 섬세한 발기술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시즌 중에 부진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분명 감독 입장에서는 경기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카드가 됐었다. 그가 종종 하던 왼발 아웃프런트 패스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의 퀄리티였고, 결정력 또한 준수했었다. (특히나 'Beast'가 별명인 그를 응원하기 위해 관중들이 내는 늑대 울음 소리는 이색적이었다.)


보스니아 폭격기, 에딘 제코

또 한 명의 빅 맨을 떠올릴 때 바로 생각나는 것은 에딘 제코다. 지금은 AS로마에서 날라다니고 있는 그이지만 맨시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특히 11-12 시즌 QPR과의 최종전에서 헤딩골(공격수의 시원한 꽂아넣는 헤딩골! 지금의 맨시티에선 사실상 보기 힘들다...)을 꽂아넣으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었다. 그는 중요한 고비에 큰 신장과 제공권 장악능력으로 득점을 했었다. 그렇다고 머리로만 주구장창 넣었던 것은 아니고 양발을 밸런스있게 잘 사용했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들이 막기 어려워하던 공격수였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축구를 보면서 선수가 잘할 때는 금세 잊고 못할 때는 욕하며 손가락질한다. 나도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건지 요즘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를 보면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의 맨시티 선수들을 탓하는 건 아니다. 다만, 최근 들어 찾아볼 수 없는 빅앤 스몰 조합의 시원시원한 모습이 그립기는 하다. 지난 시즌의 페예그리니 감독의 전술을 보면서 자기 만의 색깔이 없음에 답답했었다. 승률은 높지만 그렇게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는 아니었다. 이번 시즌 펩 체제에서는 감독의 색깔은 볼 수 있다. 하지만, 경기를 보면서 가끔씩 고구마 10개씩 한 번에 먹는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주로 경기를 잘 못 풀어나갈 때 이런 기분을 느낀다는 점에서 내가 좀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람이고 팬이다 보니 더 나은 경기력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존의 스타일로 선수를 구성했을 때 한계를 느꼈다면 그 지점에서 교훈을 얻는 감독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엔 가끔씩이라도 속이 뻥 뚫리는 축구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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