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올해의 반 조금 넘게 지났다. 올해는 많이 우울하고 힘든 한 해였다. 현재는 퇴사 후 휴식의 시간을 가지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중이다. 요즘엔 아무것도 안 하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 예능이 있으면 본다. 그냥 하루종일 자고 싶으면 잔다. 일이 생기면 최대한 미루고 몰아서 처리한다.
3. 요즘에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난다고 느낀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이 희미해지고, 예전에는 1분에 60 프레임으로 기억하는 것들이 30 프레임으로 줄어든 느낌을 받는다. 등산을 하면서 스크래치라도 나면 잘 회복이 안 되고, 조금 무리해서 운동이라도 하면 허리나 무릎이 아프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뭐 하나라도 고장 난 것들이 보인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를 비염은 당최 낫지를 않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언가 잃는 것인가 보다.
4. 생일이 되면 항상 지인들과의 인간관계가 밟힌다. 작년에 친했던 사람들이 어느새 멀어져 있고, 작년에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다가온다. 매년 루틴처럼 축하하는 친구들도 있다. 으레 기프티콘이나 메시지들이 오고 간다. 생일은 올 한 해 내가 얼마나 주변 사람에게 최선을 다했는지 검증하는 시험대처럼 보인다. 나는 원래 주변인들에게 연락을 잘 안 한다. 그걸 알고 있지만 잘 실천이 되지 않는다. 올해도 그랬다.
5. 그래도 생일이니까 행복한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일말의 의무감이 든다.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는지 당최 모르겠다. 사실은 이렇게 행복을 누려도 되나 싶은 심정이다.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고 이 순간을 만끽해야지. 다만 특별히 무언가 하기보다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