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빽티스트 Jun 22. 2016

떡볶이 한 접시 속 개똥철학.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인 세상.



얼마전 오랜만에 야근에서 탈출하고 이른 시간 퇴근을 한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워낙 떡볶이를 좋아 하다보니 무얼 먹을까 고민 하다가 한 지 일 분도 채 안되서

떡볶이 집을 찾아 무작정 악셀을 밟았습니다.


떡볶이라 써 있는 간판을 보고 들어간 그 곳.

문을 열고 들어섬과 동시에 저를 맞이 한 건 살이 퉁퉁 부어 오른 떡볶이 치고는 굉장히 장수한 듯한 모습의

고추장 떡볶이 였습니다.


녀석을 보는 순간 가게를 잘못 들어 섰구나 싶었지만, 너무나 해 맑게 우리를 반겨 주신 주인 아주머니의 모습을

외면할 수 없어 그대로 착석 하고 말았습니다.



잠시 후 우리를 찾아 온 떡볶이는 처음의 그 모습 보다 더 심각한 모습이 되어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친구와 무언의 눈빛이 오가고 우리는 그렇게 침묵한 채 포크를 들었습니다. 떡볶이를 하나 집어 입에 밀어 넣어 봅니다.


어???


기적이 일어 났습니다. 입안에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매운 향과 실망감으로 뭉쳐있던 내 마음에 강원도 어딘가 마을 같은 평화가 찾아 왔습니다. 

그 후....

포크를 든 오른 손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더군요. 앞에 있는 친구와 경쟁을 하듯 입에 밀어 넣은 떡볶이.

십 분도 채 안된 시간 우리는 그 자리에서 떡볶이를 세 그릇이나 먹어치워 버렸습니다.


포만감과 함께 친구의 차에 올라타는 순간, 우리가 나온 분식점으로 풍체가 건장한 숙년 분이 들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친구 왈


"맨날 라면이라도 먹고 잔거야? 뭐 이리 퉁퉁 부었어? 퉁퉁부은 여자가 퉁퉁부은 떡볶이를 먹는 꼴이네.."


녀석의 한 마디에 제 시선이 친구에게로 향했습니다.

탱탱볼을 집어 넣은 듯한 배. 옆에서 봐도 선명하게 접힌 이중 턱라인. 자신도 만만치 않은 겉모습, 본인도 라면을 두 어개 끓여 먹고 잔 모습이더군요.


친구의 모습... 그리고 분식점으로 들어간 여인. 그리고 내 뱃 속에서 지금 쯤 더욱 더 부풀어 올랐을 떡볶이...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 내면이 아닌 외면을 최고로 치는 외모 지상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 사회 기준치에 못 미치는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 만으로 그 사람의 진가와는 상관없이 저평가 되는 세상.


얼마 전 아는 동생이 지난 주에 있었던 면접에 대해 이야기 하더군요.


"대답도 잘했고, 나도 만족 스러웠는데..."


하지만 결과적으로 연락 온 곳은 한 군데 없다고...씁쓸한 표정을 짓는 동생. 그리고는 말을 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연락이 없으면 제 외모가 서비스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정 지을 것 같아요..성형이라도 해야 하나?"



가게에 처음 들어가면서 제가 보았던 형편없이 불어터진 떡볶이.

자신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외모로 평가 받았다고 자책하는 동생. 


자기 전에 라면 먹은 적도 없는 첫 인상 하나로 라면 폭식녀가 되어 버린 여인.


참 제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 인냥 그것이 진리 인 것 마냥 흘러가는 세상이, 그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마냥 자연 스럽게 인정해 버리는 동생과 내 자신 스스로가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성을 찾을 때는 이상형을 찾고 스타일을 찾는 우리.


지하철 옆자리에 장애인이나 사회 부적응자가 나타나면 당연 하다는 듯이 자리를 피하는 모습들. 어쩌다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이렇게 되었을까요?


사람이 가진 본능이 우성인자를 찾는 것일 뿐이다.


사실 입니다. 공교롭게 이 말은 사실 입니다. 유치원 생 아이들도 이쁜 선생님을 더 좋아하고 더 잘 따른다고 하니 말 입니다.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이 경쟁에서도 뒤 쳐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사실 이고요.


하지만 정말 문제가 되는 건, 외모라는 이유 하나로 그 사람에 대해 단정짓는 우리들의 행동이 아닐까요?


비호감이었던 퉁퉁 불은 떡볶이가 내게 가져다 준 행복.

분명히 우리가 색 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그 사람들도 떡볶이 처럼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람들 일 것 입니다. 내면을 보는 우리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하루 종일 머리 속을 떠돌았습니다. 그러니 제발...

우리 겉모습 만으로 그 사람에 대한 빠른 판단으로 오해하고 선을 긋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ps-


저 역시 사람들에게 첫 인상으로 평가 받곤 하는 데요. 제가 술 담배를 엄청 잘하게 생겼다네요...

저요. 술 담배 일체 하지 않는 건전한(순진한 혹은 멍청한) 사람 입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