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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rukinasy Apr 07. 2017

오로라항공 정도면 부족한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_ 01 : 오로라항공,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20170201, ICN → VVO, HZ5437, Airbus A319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블라디보스톡)로 이동할 때 나와 부모님이 이용한 항공사는 오로라항공(Аврора, Aurora Airlines)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과 비행 스케줄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한국 간 직항을 운영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S7항공과 오로라항공이 있는데, 오로라항공이 제일 저렴했다. 인당 금액이 다른 항공사와 최소 10만원씩 차이가 났는데, 그걸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여행이 아니었기도 하지만, 단거리 비행이므로 굳이 좋은 항공사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스케줄 측면에서는, S7항공은 도착 시간이 늦고, 대한항공은 출발 시간이 이르다. 전자는 도착하면 저녁이라, 도심까지 도달하면 지나치게 늦어지며, 후자는 본가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시간을 맞춰가기 빠듯하다. 반면 오로라항공은 여러 편 있기도 하지만, 점심 직후라는 딱 애매해서 좋은 시간대에 출발하는 편이 있기 때문에, 도착해서 여정을 풀고 여유로운 저녁식사까지 확보할 수 있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오로라 항공의 카운터. 자리는 적지만 탑승객도 적어서 무리가 없었다. ⓒ


카운터는 적절한 위치에 있었고, 협동체 여객기라 탑승객이 많지 않은 탓인지 탑승수속은 금방 처리할 수 있었다. 다만 기내 반입 수하물의 크기 대해서 다소 엄격한 편이었는데, 측정하는 도구에 깔끔하게 들어가지 않으면 위탁수하물로 보낸다. 우리에겐 보통 기내 반입용으로 쓰는 작은 캐리어가 둘 있었는데, 하나는 아예 안 들어갔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들어가긴 했지만 말끔하지 않아 위탁 처리되었다.


다른 항공사를 이용할 때는 둘 다 제지를 받은 적이 없었던 터라, 당연히 반입이 가능할 거라 예상했는데 거절되어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엄격하게 따지면 원래 안 되는 사이즈의 캐리어이기 때문에 납득했다. 기내 반입 가능 크기의 캐리어라고 하지만, 115cm을 미묘하게 넘는 크기라 언젠가 이렇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다소 안타까워하셨지만, 나는 캐리어를 들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속으로는 좋아했다. 사실 분실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필수적인 짐을 따로 빼놓았다면 캐리어는 다 맡겨놓는 게 낫다. 기내 수하물만 있다면 수하물 찾는 곳에서 안 기다려도 되니 좋기는 하지만, 위탁할 것이 있다면 어차피 기다려야 하니 맡길 거라면 다 맡기는 걸 선호한다.




영수증 같은 종이가 아닌 제대로 된 보딩패스이다. ⓒ


탑승구가 제일 끝이어서 가는데 시간을 엄청 소모하였다. 덕분에 탑승동 한쪽 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구경할 수 있었지만, 거리를 고려하지 못하고 급하게 오는 사람에게는 정말 지옥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가장자리라서 전반적으로 한산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라 휴식을 취하기에는 좋았다.


탑승시간을 살짝 넘겨서 탑승구를 열었는데, 개인적으로 탑승 시작할 때 줄을 안 서는 편이다. 처음에 근접하게 타는 것이 아니라면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는 편이다. 오히려 어중간한 순서로 들어가면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힘들고 정신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다 들어간 다음에 마지막으로 들어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짐 정리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있기 때문에 쾌적하다.


어느 나라를 가든 줄을 서는 사람과 마지막까지 앉아있는 사람으로 나뉘던데, 보통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더라. 나는 처음부터 앉아있던 쪽이라 줄 서는 사람들이 왜 서는지 궁금했다. 그렇다고 붙잡아서 물어볼 수도 없으니 추리만 해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선반 위에 짐을 올려놓을 공간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떠올리기 힘들었다. 이후 심리학적 분석을 보고는 어느 정도 납득했지만.


줄 서는 쪽이 좀 더 사회화가 잘 된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가치중립적으로 하는 말이다. ⓒ




협동체 비행기에 들어설 때마다 참 아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 비행기는 좌석 간격이 그렇게 빡빡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사실 난 좌석의 앞뒤 간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데, 키가 작아서 웬만큼 좁아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키가 큰 사람들은 앞좌석에 무릎이 닿아서 불편하다고 하던데, 그런 얘기는 나와 거리가 엄청 먼 일이다.


다만 독특한 부분이 있다면, 내가 있던 쪽만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상구 쪽 좌석을 완전히 비워놓고 운행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비상구 뒷좌석에 있는 사람에게 관련된 안내를 해주었다. 의무를 고지한다기보다는 그냥 영어를 할 줄 아는지 확인하고 비상시에 도와달라는 말 정도만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는 것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비상구 좌석에 앉혀놓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긴급한 상황에 복도 쪽에 앉은 사람을 비집고 나와서 탈출을 돕는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래도 그 정책을 유지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인가.


비상구 쪽 좌석이 전부 비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서비스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형적인 유럽의 LCC보다 어느 정도 나은 느낌이었다. 특히 좌석 상태가 깔끔해 보이는 편이라 마음에 들었다. 유럽에서 LCC를 이용했을 때, 좌석의 헤져있거나 얼룩이 있거나 사용감이 지나친 경우가 자주 있었기에 더욱 대비되었다. 좌석에는 아무런 엔터테인먼트 장치가 없었지만, 어차피 2시간짜리 비행이라 괜찮았다. 어차피 짧은 비행이라 영화 한 편도 제대로 보기 힘든 환경이다. 없는 대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그것대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라이언에어 같은 항공사를 좋아하는데, 장거리라면 예외지만, 단거리라면 좋은 서비스나 시설의 효용가치가 어차피 낮으니, 그걸 없애고 가격을 낮추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로라항공은 완전한 저가항공사는 아니라서 가격이 조금 높은 대신 기내식도 포함되어 있었다. 제대로 된 식사는 아니고 샌드위치랑 음료수 정도다. 샌드위치는 햄, 치즈, 오이, 마요네즈?가 중심이 된 간단한 형태였다. 한국에서 먹던 샌드위치를 생각했다가는 조금 달라서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소스로 맛을 가리는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심플한 이런 샌드위치가 마음에 들었다음료로 선택한 홍차에는 레몬 조각을 띄워서 주던데, 이것도 괜찮은 편이었다.


점심을 먹었지만 샌드위치도 들어가더라. ⓒ




기내식을 다 먹고 오프라인 지도 등을 잠시 보고 있으니 금방 착륙 준비를 한다. 영어가 안 통하는 데다가 춥기까지 한 곳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니 다시금 불안해졌다. 지면에 가까워지니 눈이 가볍게 쌓인 것이 보인다. 앞으로 당분간 지겹게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눈조각이 휘날리는 활주로에 말끔히 착륙했다. 가까이서 보니 눈이 날리는 모습이 마치 바람이 강하게 부는 콘크리트 바닥 위 자잘한 모래 같다.


착륙을 마치니 사람들이 박수를 마구 쳐댄다. 러시아 쪽 문화라고 인터넷에서 미리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신기하다. 박수를 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러시아 사람들이고, 한국 사람도 분위기에 맞춰 따라 치는 사람도 있다. 간단한 행위이고 일시적이긴 하지만 탑승객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듯한 모습이 보여 좋았다.


얇은 눈이 바람이 살살 쓸리는 활주로. 동영상으로 못 담아서 안타깝다. ⓒ


다행히도 약간 앞쪽 좌석이라 금방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뒤쪽 좌석에 앉았다가 늦게 나가서 입국심사 때 엄청 오래 기다린 경험을 한 이후로 가능한 앞쪽 좌석을 선택하고 있다. 귀국할 때야 자동입국심사라서 상관없지만, 외국에 입국할 때는 어떤 순서로 내리냐가 큰 시간 차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은 이용객이 많아 보이지는 않아 심각하게 대비할 필요성은 없어 보였다.




사실 항공사에 대해 만족이고 자시고 따질 요소가 많지 않다. 짧은 비행인 데다가 가격이 파격적으로 싼 것도 아니고 뭔가 대단한 게 있었던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나쁜 점도 딱히 없었다. 게다가 간단하긴 하지만 기내식이 나오고 무료 위탁수하물이 존재하는 등 FSC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장점이다. 게다가 내 기준으로 합리적인 수준의 시간대에 비행을 한다는 것도 좋다.


지금 선에서는 한국과 블라디보스토크의 항공편을 운영하는 항공사 중 오로라항공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이용객이 적어서인지 전반적인 항공편 수가 많지 않기도 하고, 가격대도 미묘하게 높다. 다른 좀 더 합리적인 항공편이 생긴다면 바로 옮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블라디보스토크 여행객이 늘어나 좀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아무튼 결국 도착했다. 도착한 공항은 작은 듯했지만 쾌적한 편이었다.



설명에 ⓒ가 붙어있는 사진과 타이틀만 직접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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