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충분히 안아주고 흔들고 아기가 원할 때 까지 함께 자기로 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함께 옆에서 자본적이 없었던 내가 아기와 함께 자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먼저 함께 편하게 잘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었다. 처음부터 분리수면을 염두해두고 집안 환경을 세팅했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아기 침대가 원목으로 된 1인용 침대였는데 남편과 상의하여 아기 침대를 일룸 쿠시노 침대로 바꾸었다. 출산 전에 처음부터 이렇게 준비할 걸 싶었다. 왜냐하면 아기가 잠투정 할 때 충분히 달래주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아기 침대 높이가 애매해서 내 허리가 너무 아팠기 때문이었다. 또 바닥에서 내가 옆에서 자는 것도 허리가 아파서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아기와 같이 편하게 옆에 누울 수 있으니 아기를 충분히 달래주고 안아주다가 재울 수 있었다.
환경은 준비되었지만 바로 아기와 함께 자는 일은 너무나 어색하고 어려웠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내 아기인데 아기와 함께 자는게 불편하다니. 남편하고 결혼 후에 함께 잠드는 일에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아기와도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고 그게 싫었다.) 왜냐하면 이미 아기가 잠투정을 할때 나를 찾지 않았고, 나도 아기도 서로 함께 자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담 선생님은 아기가 새벽에 찾고 울고 힘들어하면 그때부터 조금씩 아기를 달래고 함께 자보는걸 해보라고 하셨다. 드디어 아기와 함께 자게 된 첫날,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왜냐하면 아기의 숨소리, 뒤척이는 소리 하나하나가 내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고, 내 소리때문에 아기가 깨지나 않을까 긴장하며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함께 잠깐이라도 잠드는 일들이 적응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12월 말쯤부터 아기와 조금씩 그렇게 함께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5월 말이 된 지금, 이제는 아예 나와 아기방, 남편방으로 분리하여 나와 아기는 함께 잠을 자고 있다. 우리 아기는 4개월즈음 부터 간헐적으로 낯가림이 있었고, 지금은 엄마 껌딱지 시기를 지내고 있어 더욱 분리수면이 어려워졌다. 그리고 그렇게 지양하던 쪽쪽이도 결국 계속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아기가 성장을 하면서 밤에 잠드는 것을 어려워하는 날들이 종종 있었고, 울음이 잘 달래지지 않아서 쪽쪽이로 잠 연장을 시키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두려워하던 쪽쪽이 셔틀을 하고 있다.) 잠깐이나마 수면교육을 했을 때가 아기가 수면은 더 잘했던 것 같기도 하다. 왜일까? 요즘은 나도 잠을 늘상 설치게 되고 요즘은 갑자기 깨서 엄청나게 울며 잠이 홀랑 깨서는 2시간 내리 잠에 들지 못하고 새벽에 놀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이게 훨씬 편하다.
내가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관점이 있다. 먼저 아기라는 존재는 의존이 훨씬 더 필요한 존재이지 독립이 먼저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리학을 공부했음에도 이 부분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갓 태어난 존재들 중 인간이 가장 약하게 태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인간이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자라면 그 어떤 동물보다도 뛰어난 존재가 된다. 아기의 존재 특성상 잠을 자는 법을 아예 모르기도 하고, 멜라토닌 호르몬이 분비가 되지 않는다. 성장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가는데, 아기는 자신의 생존에 유리하게 잠을 짧게 자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인이라서 그 사인을 부모가 빠르게 캐치하고 달래주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한국의 포대기와 같은 용품이 아기에게 좋은 것이라고 해서 소개되고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사실 해외에서는 부모 중심의 삶이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수면교육이 문화처럼 녹아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다. 아기가 너무 어려서 보호가 필요할때는 아기 중심의 삶이 꼭 필요한 시기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과잉보호가 되거나 부부 관계가 아예 무너질 정도로 균형을 잃으면 안되지만 아기는 연약한 존재이기에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가 아기에게 맞추어 줄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맞추어 주는게 좋은 것 같다. 단순하게만 생각해봐도, 내가 무언가 너무 힘들어서 울어제끼며 요구를 하는데 충분히 들어주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다고 하면 나라도 너무너무 싫을 것 같다. (남편한테 내가 말로 요구를 정확하게 해도 그걸 안들어주면 마음이 상하는데 아기는 오죽할까.) 그리고 애초에 부모가 되어서 잠을 이전 처럼 잘 자야지 하는 생각 자체를 내려놓는 것이 마음이 편한 일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나는 수면교육을 하면 내 수면 시간을 지킬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육아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면에 대한 욕심 자체를 한동안은 포기하는게 괜히 내가 아기에게 화 내지 않고 다른 도움을 유연하게 구하며 지나 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누군가 우스갯 소리로 아기가 평생 잠을 못자지도 않을 것이고 나중엔 깨워도 안일어나려고 하는 시기가 온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잠을 이렇게 잘 자지 못하는 것도 아기가 커가는 성장 과정 중 하나라고 여기니 훨씬 편안했다.
그리고 아기는 계속 성장 단계마다 힘들게 보채는 경우가 많다. 이가 날때도, 분리불안이 올때도, 성장하려고 할 때도, 몸이 아플때도 아기는 힘들어하며 잠에 잘 들지 못한다. 그런데 이럴때마다 아기를 한번도 안 키워본 내가 '이때는 적극적으로 달래줘야지', '지금은 그냥 둬야지'하는 선택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다. 아기가 어떤 상태인지 말로 표현하지도 못하는데 그걸 내가 다 알고 정확하게 개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우는 것은 불편하다는 신호니까 일관적으로 무조건 달래주기로했다. 아기도 그러면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고, 나 또한 고민할 필요없이 개입을 할 수 있으니 불안이 훨씬 덜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아기가 6개월에 들어가면서 요로감염에 걸려서 3박 4일간 입원치료를 했었는데, 그때는 수면교육이고 뭐고 중요한건 아이의 건강이라 무조건 쪽쪽이 물리고라도 재우게 되었다. 아마 그 이후부터 아기도 쪽쪽이에 더 의지하게 된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건강하게 무사히 퇴원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 경험을 하면서 '아기가 한번 아프고 나면 말짱 도로묵이구나. 그런데 또 집에가면 재워달라고 울어제끼는 아기를 또 울리는게 수면교육일텐데 내 약한 멘탈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쪽쪽이도 너무 걱정하지 않기로 한게 문제가 되는 시점이 오면 그때 고민하고 끊으면 되지 벌써부터 '이게 문제가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고 불안해하며 쓰지는 않기로 했다. 그러니 마음이 훨씬 편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6개월이 넘어서야 쪽쪽이도 편하게 쓰고, 드디어 아기띠로 안고 재우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기와 내가 서로 안고 자는 방법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게 맞는 것 같다.) 지금은 수면교육을 조급하게 시작한 것 자체를 너무 후회한다. 괜히 아기가 더 안겨서 자고 편안하게 잠에 적응할 수 있었던 시기를 놓쳐버린 것 같고, 결국에는 다른 방법이 아니라 그냥 내가 안아서 재울 때 아기가 잠드는게 가장 편한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대체로 내가 안고 재우려 해도 버둥거리고 짜증을 정말 많이 낸다. 재우기 불가능...)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 아기는 굉장히 예민하고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을 몰라서 많이 헤맸었는데 많은 육아서를 도서관에 가서 제대로 빌려서 읽어보고 난 이후에 알게 되었고 그래서 까다로운 아이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책의 목차를 일부 발췌해보았다.
까다로운 아이의 아주 특별한 비밀
- 하나, 자신의 감정을 온몸으로 격렬하게 표현한다.
- 둘, 지나치게 긴장하고 과도하게 행동한다.
- 셋, 부모의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인다.
- 넷, 돌아서기가 무섭게 먹고 또 먹는다
- 다섯, 바라는 걸 들어줄 때까지 끈질기게 요구한다.
- 여섯, 도저히 이해가 안 될 만큼 잠이 별로 없다.
- 일곱, 쉽게 만족하는 법이 거의 없다.
- 여덟, 좋았다 싫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감정이 바뀐다.
- 아홉, 계란 위를 걷듯 지나치게 예민하게 군다
- 열, 단순한 보살핌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 열하나, 때론 안아 주는 걸 거부한다.
- 열둘, 부모의 품속에서만 잠들고 싶어한다.
- 열셋, 엄마와 완벽한 '하나'가 되고 싶어한다.
13개 항목 중, 품속에서 잠들고 싶어한다는 내용만 제외하고는 모두 들어맞는 우리 아기... 지금도 밤잠은 정말 많이 자야 9시간이고 밤 12시나 1시에 깨서 2시간씩 놀아도 기상시간은 늘 6시 30분 이전에 칼 같이 깬다. 낮잠을 못잔 날도 크게 다르지 않고, 밤에는 벌써부터 잠을 안자고 싶어해서 떼를 쓰고 난리를 친다. 양치까지 다 해두어도 잠들기 직전에 조금이라도 더 분유를 먹어야 겨우 잠에 들고, 식사 텀도 정말 예측 불가능하다. 목소리도 크고 요구도 확실하며 본인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끝까지 짜증을 내며 요구한다. 계속해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자극을 제공하거나 상호작용을 해주어야하는데 그렇다고 그걸 충분히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진 않다. 그래서 진짜 우리집 상전이 아기라는 말을 남편과 내가 가끔 농담으로 하는데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나 않을까 매사 신경쓰며 맞춘다. 이런 기질적인 문제를 모르고 나는 내가 뭔가 잘못해서 아기가 이상해지는 줄 알았다. 그러니 더욱 수면교육을 강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방법은 정말 잘못되었던게 까다로운 아이일수록 어릴 때 요구를 충분히 들어주고 만족감을 주어야 까다로운 기질이 아기의 빛나는 특징이 된다고 한다. 그 기질을 꺾으려고 했으니 아기는 얼마나 스트레스가 컸을까? 본인도 힘들다고 울음으로, 짜증으로 표현하는 것이었을텐데 말이다.
이제는 아기가 충분히 커서 본인이 스스로 따로 자고 싶다고 이야기할때까지는 억지로 분리수면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중간중간 잠을 잘 자는 때도 가끔씩 있는 것을 보니 점점 크고 있긴 한것 같다. 새벽 수유도 아주 가끔 정말 힘들어할때 빼고 없을 때도 꽤 생겼으니 말이다. 그래서 수면교육도 따로 억지로 진행하지 않고 아기가 원할때까지 흔들고 달래주어서 재우기로 했다. 수면 의식만 꾸준히 가져가는 중이다. 만약에 수면교육이 너무 아기와 엄마에게 맞지 않아서 고민이라면 다양한 관점의 육아책들도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내가 둘째를 낳는다면 난 무조건 수면교육은 하지 않고 아기에 맞추어 재울것이다. 그래야 그 기간이 더 짧고 편안하게 지나가는 것 같다. 10개월, 지금도 여전히 통잠자는 아기는 저 멀리 존재하는 유니콘같은 것이지만... 대신 낮 시간동안 잘 웃고, 즐거워하고, 엄마랑 함께하는 것을 좋아해주어 고마운 우리 딸. 크느라 많이 힘들텐데 앞으로도 엄마랑 잘 해보자. 엄마도 최대한 너가 편안해질 수 있도록 도와줄게!
참고.
아래는 내가 육아를 하면서 도움이 된 육아서적들이다. 혹시 참고가 될까 하여 글에 함께 남긴다.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배려 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
「푸름아빠 거울육아」
「까다로운 내아이 육아백과」
「엄마가 잘 모르는 아기마음」
위 서적들을 통해 아기를 대하는 태도와 방식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었고, 이것이 나와 아기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