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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 Aug 29. 2024

양육과 커리어, 좋은 엄마와 자아실현의 충돌

이 시간을 감사와 의미로 채우기

 양육과 커리어, 이 두가지를 모두 잡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본래 욕심도 많고 잘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임신과 동시에 나의 커리어는 멈추어버렸다. 왕복 4시간이 걸리는 먼 직장을 다니다가 임신 7주차에 절박유산을 진단받았고, 결국에는 퇴직을 하였다. 그리고 나서 아기를 낳고, 기르다보니 벌써 아기가 13개월이 되었다.


 이쯤 되니까 커리어를 언제 다시 시작해야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하였다. 나는 심리상담을 공부하였는데, 얼마전 집 근처에 괜찮은 상담소가 생기는 좋은 기회가 있어 지원서를 쓰려고 했다. 그러나 하필 지원서를 제출하려고 한 그날, 아기의 분리불안이 더욱 심해졌다. 우리 아기는 예민한 편인데, 낯가림도 심하고 분리불안도 심한 편이다. 전날 내가 친구들을 만나고 오느라 외출하였었는데, 남편이랑 같이 교회에 갔다가 계속 울다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고나니 밤잠도 못자고 계속 오열하는 아기... 다음날 하루 종일 나에게 붙어있으려고만 하고 잠 자는 것을 거부하기 시작하였다. 일주일에 2일 정도를 나간다고 해도 일주일 내내 아기가 괴로워하겠구나, 그리고 나도 달래느라 진 다 빠지겠구나 싶어서 결국 이번에는 기회를 놓아주기로 하였다.


 참 어려운 것이 양육과 커리어 둘 다 완벽하게 해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는 심지어 아기를 봐줄 시댁도 있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친정도 있다. 그런데도 일을 하러 가지 못한 이유는 아기가 나를 너무 필요로 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아기는 엄마가 필요하다. 순한 기질의 아기에 양가 어른들이랑도 잘 있을 수 있는 아기라면 괜찮을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 아기는 내가 없으면 아직 양가 어른들에게도 안가려고 한다. 아기를 내가 온전히 보려면 커리어를 지속하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손놓고 있기에는 나중에 다시 현업에 복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다. 아직 아기가 없고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 그리고 남자인 동기들은 계속 해서 그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데 나만 뒤쳐지는게 아닌지 불안하다. 그런데 둘 다 잘하고 싶은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은지 잘 모르겠다. 이런 고민을 시어머님께 이야기했더니, 어머님은 둘다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시며 엄마가 일을 하러 나가려면 언젠가 한번은 아기와 떨어져야 하며, 아기는 엄마랑 떨어지면 무조건 싫어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잘 떨어지도록 노력을 해야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난 둘다 잘하고 싶으니까.. 하하..


 이런 와중에 주변에서 어린이집을 보내니 너무 좋다는 이야기도 많기도 하고, 차라리 어린이집에 아기를 적응 시켜두면 내가 더 마음편히 직장을 구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인스타에서 어떤 양육전문가라는 사람의 영상을 보게되었다. 아기는 3주, 즉 21일만 어떤 것을 매일 반복하면 그게 좋건 싫건 그때부터는 그것이 습관이 되어 적응한다고 한다.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기간도 딱 그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3주가 될때까지 매일 우는 아기도 있고 중간에 울지않는 아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들이 오해하지 않아야하는게 아기가 어린이집을 정말로 좋아해서 그런게 아니라는 것이다. 아기들은 아직 호불호가 있을수 있는 나이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먹고, 자고, 싸는 것을 챙겨주는게 가장 필요한 시기라 이것을 해주는 사람 말을 듣는 것이라고 한다. 24개월까지는 애착 완성시기, 36개월까지는 유지시기여서 이 시기가 엄마와 아기의 애착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영상이 마무리되었다(약간 지겨워지려고 하는 초기 3년 애착의 중요성).


 영상을 보니 아기가 어린이집에 어떻게든 적응은 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보내자니 뭔가 내 마음이 아직도 영 편치가 않다. 나를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1년 더 일찍 상담일을 시작한다고 뭔가 엄청나게 바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금 박사 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 여러 준비(돈, 실력 등)가 되어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시 일을 시작해서 하루하루 노력하면 돈이든 실력이든 아주 조금이라도 쌓이는게 있겠지만 나의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되어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정은 일단 아기가 나와 떨어지는게 조금 더 괜찮아 질때까지는 기다리고, 아직은 아기에게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더 쏟아붓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아직은 아기에게 나랑 떨어지는 상황이 버거울 것 같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남편도 아기의 상태를 보면서 내 의견에 동의하였다. 그리고 이미 수면교육을 하던 생후 초기 5개월 동안 빈 공간이 생겼을것 같아서 나머지 시간동안 탄탄히 채워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일단 24개월까지는 내가 가정보육을 해보려고 한다. 어쨌든 양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생활비도 빠듯하지만 아예 생활이 안되는 정도는 아니니까 이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아기와 시간을 더 보내보려고 한다. 그냥 내 기준과 줏대없이 주변에서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너무 좋다고 하니까 나도 보내볼까?' 하는 생각으로 보내지는 말아야겠다. 물론 나도 내 시간이 생기면 여유가 있고 너무 좋겠지만 아기의 처음 3년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시기이니까 조금 더 즐겁고 안정된 시간들이 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채워주고 싶다. 


 이러한 결정을 하는 이 순간에도 조급하고 걱정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사실 자신도 없다. 이러다가 배운 것 다 까먹고, 좋은 일자리 다 사라지고, 너무 늦어서 더 공부를 못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고, 한때는 그래도 열심히 체중관리도 하고 시간관리도 하면서 멋지게 살았는데 그냥 아무런 색깔 없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어버리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생각하면 서글프다. 실제로 운동을 할 시간도 에너지도 없어서 이미 살도 많이 쪄버렸고, 공부를 다시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온다. 취직되어있는 상태가 아니기에 구직부터 해야하는데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20대때 경험했던 것 처럼 절대 지금이 늦은 때가 아니라는 것(그때도 그때가 제일 늦은줄 알았다)을 기억하며, 내 커리어는 조금 아쉬워도 다시 시작하면 되지만 아기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더 상기시켜봐야겠다.


 참으로 힘든 엄마의 삶, 육아하랴 살림하랴 엄청나게 바쁘지만 이 과정에서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고, 그렇다고 아기를 외면하고 일하러 나갈 용기도 없는 나. 누군가는 일을 하러 나가야만 하는 상황에, 주변의 도움도 못받아서 너무 힘든 사람들도 있을텐데 나는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자꾸만 내게 없는 것을 생각하면서 걱정하거나 한숨쉬지 말고 지금 나에게 있는 것들을 보며 더 행복하고 기쁜 시간들을 보내기로 선택해야겠다. 감사도 습관이라고 하던데, 감사할 수 있는 날들로 이 시간들을 만들어 가자! 그렇게 선택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아기에게 최고인 사람도 나니까. 아기가 주는 무한한 신뢰와 사랑(하지만 그 속에 더 많이 표현되는 아기의 짜증)을 가벼이여기지 말자.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이 순간들을 돌이켜볼때 의미가 있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아기에게도 정말 필요한 시간, 후회되지 않는 시간들이 되기를 바란다. 엄마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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