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zen 2>
2019년 6월, 8년 간의 미국 생활을 갑작스럽게 마치고 돌아와야만 했던 우리.
엄마, 아빠는 한국사회에 재적응하며 혼돈과 좌절의 카오스를 건너느라,
아이는 낯설고도 흥미로운 새 환경에 적응하느라 분주한 2019년 하반기였다.
꾸역꾸역, 그러나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살던 11월의 어느 날, 우리 세 식구는 버스를 타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엘 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그야말로 펑펑, 울었다. "Into the Unknown", 그리고 "Show Yourself", 그 두 노래 때문이었다.
울면서 짐을 싸서 돌아왔던 그 여름,
나는 내가 태어나 자란 땅으로 돌아가면서도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두렵고 힘이 들었다. 이러나 저러나 내내 '없이 사는' 인생, 차라리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편이 덜 외롭고 덜 힘들다 느꼈다. 그래서 남편이 거기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다른 일을 하면서라도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방법이 없어 결국 귀국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오죽하면 1) 친하게 지내는 미국인들 집 2층 다락방이나 지하에 숨어 산다 2) 아시안 식료품점에서 캐시잡을 하며 숨어 산다 3) 영주권 스폰을 해준다고 광고하는 한인 사업체에 취직을 한다, 문제는 내게 아무런 경력이 없다는 거지만.. 4) 한인들 많이 사는 지역으로 이동해서 베이비시팅 캐시잡을 하면서 산다, 문제는 그런 동네에서 집을 구해 사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지만.. 등등, 이런 생각을 하며 밤을 지샜을까.
그러나 야속하게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우리는 결국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끊어두었던 미국행 비행기를 결국 취소하던 순간, 우리의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영영 끝났고,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 자란 땅, 그러나 우리 아이에게는 처음 보는 낯선 세계가 될 이 땅에 발을 내딛었다.
먹고 살 일이 급했기에, 귀국을 하자마자 전재산을 털어 보증금 500에 월세 50짜리 방을 구하고,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일자리를 구하러 쫓아다녔다.
그렇게 나는 귀국 보름 만에 학원 일을 구했고, 남편은 대학 강사 자리를 얻었다.
정말 숨가쁘게 달린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도 우리에겐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할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는 응급실 한 번, 커다란 마음의 상처 두 번, 이렇게 나름 큰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를 옆에 끼고 처음으로 온 가족이 영화를 보러 가서는,
엄마가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엘사가 끊임없이 자신을 내치는 파도와 말을 기어이 길들여 그 거센 파도를 넘어서는 장면은
내가, 또는 내 아이가 넘어야 할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고,
외면하고 싶지만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를 따라 결국 위험할지도 모를 낯선 세계로 인도하는 "Into the Unknown"의 가사는 내 앞에 놓인 현실을 무시하고 싶었던 나를 자극했다.
그리고 존재의 이유를 묻는, 삶의 의미를 묻는 "Show Yourself"의 가사는 귀국이 결정되던 순간, 억지로라도 찾아야 했던 귀국의 이유를 붙들고 때로는 소리 없이, 때로는 소리 내어 울어야 했던 나와 그를 떠올리게 했다.
우리 세 사람의 모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또 시작되었다.
엄마와 아이의 <주말의 영화> 시간이.
앞으로 이 카테고리에 올라갈 글들은,
2019년 11월 <Frozen 2> 이후 매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본 영화에 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