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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 May 01. 2020

코로나 시대의 중고거래 (2)

네고는 정중히 사양합니다.


코로나 시대의 중고거래 (1) 

https://brunch.co.kr/@sep108/39






웬만하면 팔릴 것 같은 물건을 팔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최소한의 목표였다. 주말이나 공휴일, 사람들 접속률이 높은 시간대에 물건을 올렸다. 인터넷 최저가와 다른 중고 매물들 가격을 비교해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체크했다. 최소한 ‘이런 걸 진짜 살 거라고 생각하고 올렸나’싶은 마음은 안 들게 해야지 싶었다. 사진에도 신경 썼다. 책상 아래 발매트로 두었던 아이보리색 러그 위에 물건을 올리고, 책상 스탠드로 간접조명을 비춘 뒤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고 나니 꽤 그럴싸했다. 티비 예능 프로그램에서 캠핑하는 장면이 나오고, 올해에도 캠핑 열풍이 시작될 것만 같아 10년 간 묵혀왔던 엄청난 무게의 아이스박스와 접이식 캠핑의자도 창고에서 꺼냈다. 묵은 먼지를 닦아내고 촬영하니, 꽤 쓸 만해 보였다. 미니 오븐, 에어프라이기, 커피 메이커 … 사고 싶어서 산 물건이었지만 생활에서 필수가 아닌 물건들도 하나씩 중고거래 품목에 올렸다. 중고거래로 얻은 수입은 쌀이 되고 라면이 되었다.       


그러던 중 며칠 전 현관을 나서며 무심코 신발장을 열었는데 신지 않고 쌓인 신발들이 가득 놓여있는 것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심마니 마냥 ‘유레카!’ 하고 외쳤다. 안 신고 먼지 쌓인 신발들을 보며 뭔가 돈이 될 만한 것들이 산재해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이걸 다 합치면 네고를 해줘도 이게 다 얼마야. 장을 20만원 어치는 보겠네. 이거 다 파는 날은 고기 파티다 고기파티!’ 크기가 살짝 작아 발이 아파서 몇 번 못 신었던 스포츠 운동화, 작년에 워터파크 놀러간다고 샀던 아쿠아 슈즈, 기능성 안전화까지. 그렇게 신발들의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올렸다. 메시지가 오면 알림이 오게끔 설정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실직상태라, 일용직이라고 나가보려고요. 정말 돈이 없어서 그런데 어떻게 5만원에는 안 될까요?” 7만 9천원에 올린 아버지의 안전화는 고어텍스 소재에 꽤 기능성이 좋아 실제 18만원 상당의 제품이었다. 순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18만 원 짜리를 5만원에 달라하지.' 그럼에도 무급 휴가로 쉬면서 식비를 아껴보려고 집에 있는 물건을 박박 긁어모아 파는 내 모습과 그의 모습이 겹쳐졌다. 일할 때 신어야 되는 거라 급하다며 5만원에 안전화를 살 수 없겠냐는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코로나 시대의 중고 거래 (3)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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