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윰 Feb 27. 2021

Day 02272021

제주_살아보기

어제부터 바람이 심상치 않다.

섬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섬으로 향하는 뱃길도 멈출 만큼

거센 바람이 분다.


어젯밤 나는 쨍그랑하는 소리에

차게 부는 바람에 창문 하나가 떨어져 나간 줄로만 알았다.

 이곳저곳을 둘러보아도 창문들은 멀쩡했다.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이 집에 오고 근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정리를 하고 있는데

창고 벽에 기대있는 유리가 눈에 띄었다.


혹시 바람에 넘어져 깨지진 않을까?

단순한 걱정이었다.


아마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귀찮았는지 아님 괜찮겠다는 믿음이었는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제일 먼저

유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역시나였다. 유리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져? 아니 박살 났다는 표현을 맞을 정도로

산산조각 나 있었다.


알고 있었고,

위험한 걸 감지했지만 나는 애써 무시했다.


모든 일엔 전조 증상이 있는데

애써 모른 척,

알고 싶지 않은 척,


이 사소함이 낳은 결과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만든다.




오늘 바람 너무나 매서워

바다조차 파도조차 몸을 가누기 힘들어 보인다.


바람 잘게 부서지는 물방울들이

가루처럼 흩뿌려져 사라져 버린다.


다치기 전에

유리 치워야겠네

작가의 이전글 Day 02262021 파란하늘과 팜파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