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포동 술쟁이 Mar 02. 2023

인기 많은 메뉴들이 가진 비밀

'왜 맛있을까'의 저자 찰스 스펜스는 맛있게 먹었다는 느낌이란 먹기 전 기대감에서 결정 나는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가격, 브랜드, 디자인, 길게 서 있는 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음식의 맛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죠. 그래서 다음과 같이 똑같은 파스타 샐러드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맛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파스타 샐러드

파스타를 곁들인 샐러드



우선 파스타를 곁들였다는 표현은 주된 재료가 샐러드인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때문에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밀가루가 조금 덜 들어간 듯한 '파스타를 곁들인 샐러드'를 택할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옆에 또 다른 메뉴가 있습니다.



파스타를 곁들인 샐러드

나폴리식 파스타를 곁들인 유기농 채소 샐러드  (by J.Smith 농장)



이때 소비자는 '나폴리식 파스타'라는 표현으로부터 전문성을, 스타 농부 J.Smith가 키운 채소를 통해 신뢰성을 느끼게 됩니다. 같은 메뉴지만 순식간에 신뢰가 가능 농부가 키운 건강한 파스타가 되는 것이죠.




대의 경우를 볼까요?



치즈 버거

저지방 치즈 버거

혈관 파괴 치즈 버거



어떤 차이가 있나요? 햄버거를 먹고는 싶지만 다이어트가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라면 저지방 치즈 버거를 택하겠죠. 반대로 '오늘은 다이어트고 뭐고 본능에 충실하고 싶다.' 하는 사람은 혈관 파괴 치즈 버거를 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다이어트에 대한 양심의 가책은 제로 칼로리 음료와 유기농 피클이 덜어줄 테니까요.



저 역시도 언행을 일치하기 힘든 것이 바로 브랜딩을 뾰족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은 자꾸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고 하나의 홍보물에 가능하면 많은 정보를 담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항상 브랜딩을 날카롭고 뾰족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이야기는 하면서 정작 과거의 제 작업물을 보면 헛웃음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뉴의 이름을 정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혈관 파괴 치즈 버거라고 하면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는 오지 않을 거야... 저지방 치즈 버거를 원하는 고객은 얼마나 될까? 이런 고민에 결국 무난한 햄버거 이름을 정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물론 한 가지 방향으로 잡았다 해도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위험해 보여요. 만약 '혈관 건강에 좋은 비트와 노화 방지에 좋은 레몬즙으로 소스를 만든 유기농 채소 샐러드와 자유방목으로 키운 닭 가슴살 ...'처럼 제품이 가진 모든 점을 어필하려다간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니까요.



소비자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두 가지의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브랜드를 찾는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는 항상 모든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죠. 그렇다면 우리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만이라도 최고의 만족을 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리가 해 줄 수 없는 건 다른 브랜드에 맞기고 우리를 찾는 소비자에게만 집중해 보자고요. :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