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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니 Aug 25. 2020

비빔면은 좋아하지만 라면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외성적이지만 외향적인 사람은 아닌 나

라면에 불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 손!

워낙 대중적인 음식이라 최애 음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호인 사람은 아마 흔치 않을 거다.


출출한데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오늘 야식은 라면, 콜?
먹을 것도 없는데 라면이나 먹어야지.


나도 이런 기분을 느껴 보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난 라면을 즐기지 않는다.


내 돈으로 마트에서 직접 라면을 사는 경우는 2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라면이 생각나는 날은 1년에 한두 번 정도?

딱 그 정도이다.


그런데 난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팔ㅇ비빔면'을 참 좋아라 한다.

특히 지금같이 찌는 더위면 일주일에 한 번은 생각나는 음식이다. 마트에 가서 내 돈으로 5개 묶음 세트를 구매하는 건 물론, 집에 비빔면이 떨어지면 채워놓기 바쁘다.



내가 좋아하는 비빔면  /   내가 좋아하지 않는 라면




'비빔면은 먹으면서 라면은 왜 안 먹어?'

숱하게 들은 얘기이다.

묻는 이의 저의가 나쁜 의도는 아닐 것이다. 특정 라면을 좋아하면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뿐일 테니.





비빔면을 좋아한다고 반드시 라면을 좋아해야 할 이유는 없으며, 라면을 찾아먹지는 않지만 비빔면을 제 손으로 끓여 먹는다고 이상할 것 또한 없다.


만화책은 좋아하지만 독서는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믹스커피는 좋아하지만 본연의 커피 향은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아기자기하게 방 꾸미기를 좋아하지만 귀차니즘이 있을 수 있다. 당신의 외모는 좋아하지만 당신을 좋아하진 않을 수도 있다.

특이한 것도 특별할 것도 없다.







너는 참 밝아.
너는 참 사교적이야.
너는 참 행동력이 강해.


나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첫 만남에도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 덕분에 그런 것 같다.



고백하건대 이러한 나의 수식어들이 비빔면은 즐기지만 라면은 즐기지 않는 이면적인 모습처럼 나의 성격을 오해하게 만든다.



나는 여러 사람들과 활동적으로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외향적인 사람은 결코 아니다.

여러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낯을 가리진 않지만, 먼저 나서서 약속을 잡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대체로 사교적이고 활발하며, 누구와 어디에 있든 잘 어울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주말 중 일요일은 웬만하면 종일 집콕을 하고, 번개와 같은 즉흥적인 모임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들과 만남으로써 즐겁지만 나는 나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소모된 에너지는 반드시 온전한 나만의 공간에서 충천할 시간이 필요하다.


고로 나는 외성적이지만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다.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의 차이



한동안은 혼란스럽기도 했다.


MBTI 검사를 하면 늘 외향성에 가까운 사람이었고, 나 또한 사람들과 조잘조잘 수다를 떠는 시간들이 너무 좋은데, 왜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있어 부담을 느낄까? 왜 나는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좋을까?

나는 왜 만나자는 친구들의 약속을 거절할까?


이러한 이유들로 내 성격에 대한 의문을 가지기도 했는데, 외성적인 것과 외향적인 것이 다름을 안 후로는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었다.



칼 융의 심리학에 따르면 "내향적"은 성격에 대한 방향성을 정의한 것이며, "내성적"은 사람의 성격으로 특징적인 부분을 설명할 때를 뜻한다. 즉 내성적이라 함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겉으로 터놓지 않고 혼자서만 생각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외향적인 사람 중에서도 내성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친구들과 만나고 몰려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표현은 잘하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겠다.



반대로 나처럼 내향적이면서 외성적인 사람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즐기지만 놀 때는 아주 잘 놀며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내향성과 내성성의 개념을 이해한 후 비로소 내 성격에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되었고 혼란은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만연한 "외성적인 사람 = 외향적인 사람"의 단순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곤란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고백할 때인 것 같다.


나는 비빔면은 좋아하지만 라면은 좋아하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좋아하지만 앞으로도 구태여 먼저 나서서 약속을 잡진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나를 위해 애써 마련한 소중한 시간이며, 카톡은 무음으로 돌린 채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나를 비롯해 우리 모두 보이는 거울에 의해 숨어있던 이면의 모습에 솔직하고 당당해도 될 때인 것 같다.


라면이라고 다 같은 라면이 아니고 외성적인 사람이라고 다 같은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냥 그런 사람일 뿐, 특별할 것도 특이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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