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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니 Oct 25. 2023

정신차리니 애가 둘

다시 시작하는 브런치

브런치를 꾸준히 써야겠다고 다짐한 지도 어언 4년

그러나 뜻하지 않은 긴 공백 3년

2020년 8월 이후로 처음 쓰게 된 이 글


3년 간 나에겐 아주 큰 일상의 변화가 있었다.

2021년 11월 첫아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2022년 12월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그렇게 정확히 13개월 터울의 연년생 남매가 탄생했다.

그리고 나는 쌍둥이보다 힘들다는 연년생 육아를 맞보게 되었다.





연이은 임신과 출산, 육아로 "나"만의 삶을 돌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 뱃속에는 소중한 생명이 꿈틀거리며 자라고 있었고, 동시에 내 눈앞에는 아장아장 기어 다니는 핏덩이 같은 첫째 아이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정신 차려보니 나는 새댁에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다.




육아의 영역은 상상초월로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어디까지 쥐고 갈지 또한 엄마 개인의 선택이었다. (물론 아빠와 함께)

요리에 자신이 없다면 시판 이유식을 사 먹일 수도 있고, 힘에 부쳐 아이와 놀아주는 데에 한계에 달한다면 보육시설(어린이집)에 아이를 잠시 보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것은 옳고 그름이 아닌 선택의 일환일 뿐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유식을 만드느라 아이와의 시간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또는 감정 노동에 지쳐, 체력에 부쳐 아이와의 시간을 웃음으로 채우지 못한다면 아이와 함께 쥐고 있는 이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저 흘러가는 시간일 뿐일 테니 말이다.




미련스럽게도 나는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있었다. 완벽하지도 못하지만 엄마니까, 엄마이기에 당연히 모든 것은 내 손을 거쳐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한 채 흘려보내는 시간인지도 모르고.


첫아이가 20개월이 되었을 때야 어린이집을 보냈다.

이전에는 당장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기에 바빴고, 어제를 돌아볼 시간도 내일을 내다볼 겨를도 없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3개월가량 지난 지금은 오늘도 보고, 어제도 돌아보고, 내일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돌아볼 겨를이 생긴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 발달과업에 따라 으레 자라기 마련이다.

커서도 말 못 하는 어른은 없고, 기저귀를 차는 어른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이 아이를 몸체만 큰 어른이 아닌, 몸과 마음이 성숙하게 자리 잡은 인격체로 키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육아는 "잘" 하는 것이 어렵고,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엄마에게 조금의 시간 확보가 된다면 육아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고 믿는다.

엄마가 내 아이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가지고, 그 시간적 여유를 통해 행복을 느껴야 아이에게 행복을 알려 줄 수 있는 것이 육아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엄마의 표정, 행동, 말투, 여유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존재이니까.

 

그래서 나는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글을 쓰며 내 아이들을 돌아보고, 나에게 글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이니까.

글을 통해 나는 다시금 행복을 느끼고, 그 행복을 내 아이들에게 줄 수 있을 테니까.


누군가 지금 나의 삶을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만족한다. 하지만 힘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고군분투하는 우리들

따뜻한 커피와 쿠키, 그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잠시의 여유를 느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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