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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 May 18. 2021

휘발하는 이야기

'술과 농담'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술은 참 묘하다. 분명 쓰고 맛있는 건 아닌데 자꾸 당기고 맛있게 느낀다. 다음날의 괴로움보다 지금의 얼큰함이 더 간절하다.


술보다 술자리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한다. 한 손에 투명한 유리잔을 들고 한데 모았다가 입에 털어 넣고는 하는 실없는 소리들. 때로는 진지한 푸념도 섞인다. 그게 참 생산성은 없는데 그런 일조차 없다면 무엇을 위한 삶이 즐거울지 막막하기도 하다.


나는 술자리에서의 이야기를 깨고 나서 이어가지 않는다. 그 이야기는 그 자리, 그 순간에 버무려져야 재밌고 의미가 있다. 혹여 기억에 남더라도 상대를 이해하는 도구일 뿐. 알코올처럼 휘발되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기억하면 좋은 건 "잘 들어갔어?"정도의 문자메시지.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술 한잔 마시는 상상을 더듬어본다. 아마 다음엔 회에 소주 한 잔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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