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치료하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기 Jul 07. 2021

"뭐 어때?"

약을 끊고 찾아온 여름은 여러모로 힘들다. 나의 불안장애는 빠른 심박을 일으켰고, 남들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 한 겨울에 잠에서 깨면 온 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약을 먹으면서 그런 현상은 빠르게 줄어들었지만 사람이 붐비는 대중교통을 탈 때면 손수건 3장을 챙겼고 5 정거장쯤 지나 목적지에 이르기 전에 내려서 한숨을 돌려야 했다. 여름이 되면 그때의 기억과 오버랩된다. 지금 내가 더워서 땀을 흘리는 건지, 긴장하고 불안한 것인지 혼동스럽다. 여전히 손에 들려있는 손수건으로 목 뒤를 훔치면 생각한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는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이 들 때, 잠시 내가 다시 아픈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다시 아플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가 다시 치료하면 된다. 중요한 건 나를 포기하고 방치하지 않는 게 아닐까? 땀이야 닦아내고 세수하면 되는 일쯤으로 여기면 아무 일이 아니게 된다. 여름이 되어서, 땀을 흘려서, 호흡이 가빠진다고 틀어질 삶이 아니다. 땀을 닦아내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울증, 불안장애가 내 평생을 따라올 수 있다. 종종 힘들고 울고 틀어박혀 있을 것이다. 그 정도도 안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 뭐 어떤가 자신의 상태를 모른 채 멀쩡한 척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때론 좀 뻔뻔하게 "뭐 어때?" 하며 살아가는 게 현명할 때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료하기-투약 과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