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일 년 반 전에 병원에 갔다. 내 상태는 정말 좋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단계별로 투약을 해야 하지만 지금 상태가 너무 안 좋기 때문에 바로 최대치의 양의 항우울제를 처방했다.
항우울제는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최소 2달은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투약을 단계적으로 하지 않아 처음엔 어지러웠다. 두셀라 60mg에 익숙해지기에 두어 달은 걸렸다. 항우울제를 먹는다고 기분이 붕붕 뜨거나 좋다거나 하진 않는다. 예전처럼 다운되는 경우가 줄었다.
다음은 안정제다. 처음엔 취침 전 늘 먹는 약이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가도 안정제를 먹으면 금세 잠이 들었다. 과하게 잤다. 아마 10시간 정도는 늘 잤다. 안정제를 먹으면서 내가 얼마나 긴장하고 심박이 강했는지 알았다. 남들보다 빠르고 강하게 긴장하고 불안했기에 잠이 들지 않았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한 가지 특이한 약은 꿈을 꾸지 않도록 해주는 약인데 반복된 악몽을 꾸던 것이 사라졌다. 모든 꿈이 사라졌다. 자고 일어나도 아무런 꿈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나중에 이 약의 복용을 끊었을 때 꿈을 몰아서 꾸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행히 악몽도 아니었고 금세 안정세를 찾았다.
안정제는 비상용으로도 챙기고 늘 약통이 없이는 다니질 못했다. 거의 1년 조금 넘게. 약이라도 있어야 나갈 수 있었다. 현재는 모든 약물에서 멀어졌다. 종종 약이 필요하다 느끼지만 약간의 신호흡으로 버틸 수 있다. 의사도 아닌 내가 약을 권하는 사실은 우울증은 치료의 대상이고, 스스로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고칠 수 있다, 나아질 수 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