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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 Aug 05. 2020

옳고 그르다의 판단

여전히 존경하는 교수님

이제는 졸업을 했지만 나는 아직도 존경하는 교수님이 있다. 강의실에 아직 에어컨이 가동될 날씨의 이야기다. 비교적 젊은 나이의 교수님은 학생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자주 질문을 하셨다. 학점을 잘 받으려는 학생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지만 수줍음이 많거나 암기식 평가에 익숙한 학생들은 그 강의가 녹록지 않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셨다.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외운 교수님은 막연하게 질문을 하지 않고 직접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맞추면서 질문을 하신다. 다들 교수님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적당히 넘어가던 흐름 끝에 수줍음이 많은 한 학생의 차례가 되었다. 그 친구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는지, 내용이 어려웠던 건지 점점 목소리가 줄어갔다. 그러자 교수님이 학생의 대답을 잠시 멈췄다. 그리고는 다른 학생들에게 00이의 소리가 잘 안 들리니까 잠시 에어컨을 끄자고 하셨다. 충격이었다. 사실 난 목소리를 더 크게 내라고 말하실 거라 생각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어른은 그렇게 행동한다. 어떤 상황의 탓을 상대에게 전가하지 않고 상황을 변화시키는 모습에 나는 자뭇 놀랐다. 그리고는 그 친구의 목소리엔 힘이 실렸다. 억지로 목소리를 냈다기보다 내 생각을 듣기 위해 누군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안 순간부터 힘이 났던 것 같았다. 목소리가 크던 작던 혹은 외향적이건 내향적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로 여겨져선 안된다. 교수님은 그걸 아신 분이다. 본인이 지금 듣고 싶은 건 그 친구의 생각이었지 큰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을 전달하셨다. 그런 인성을 좇고 싶다. 남에게도 나에게도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니라 자유로운 생각을 공유하는 자세. 옳다와 그르다의 두 가지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바르게 나와 상대를 이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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