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끊고 찾아온 여름은 여러모로 힘들다. 나의 불안장애는 빠른 심박을 일으켰고, 남들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 한 겨울에 잠에서 깨면 온 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약을 먹으면서 그런 현상은 빠르게 줄어들었지만 사람이 붐비는 대중교통을 탈 때면 손수건 3장을 챙겼고 5 정거장쯤 지나 목적지에 이르기 전에 내려서 한숨을 돌려야 했다. 여름이 되면 그때의 기억과 오버랩된다. 지금 내가 더워서 땀을 흘리는 건지, 긴장하고 불안한 것인지 혼동스럽다. 여전히 손에 들려있는 손수건으로 목 뒤를 훔치면 생각한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는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이 들 때, 잠시 내가 다시 아픈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다시 아플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가 다시 치료하면 된다. 중요한 건 나를 포기하고 방치하지 않는 게 아닐까? 땀이야 닦아내고 세수하면 되는 일쯤으로 여기면 아무 일이 아니게 된다. 여름이 되어서, 땀을 흘려서, 호흡이 가빠진다고 틀어질 삶이 아니다. 땀을 닦아내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울증, 불안장애가 내 평생을 따라올 수 있다. 종종 힘들고 울고 틀어박혀 있을 것이다. 그 정도도 안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 뭐 어떤가 자신의 상태를 모른 채 멀쩡한 척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때론 좀 뻔뻔하게 "뭐 어때?" 하며 살아가는 게 현명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