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 입시를 준비할 때 모두가 듣는 말이다. 입시 컨설팅 강연 같은 곳에 가면 출제자 의도를 파악하라는 것을 강조하는데,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하게 말한다. "기출문제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해요". 모호하게 들릴지 모르는 이 말이 나는 사실은 명확한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언론고시를 준비할 때도 '기출문제만 봐야지'라고 생각한다면 크나 큰 오산이다. 언론고시는 역으로 '출제 문제를 예상해야'한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을 뛰어넘어 출제 문제를 예상하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단 조건이 있다. 매일 아침 5개의 신문을 읽고, 논쟁하며, 논제로 나올 만한 주제들에 대해 디테일하게 '암기'하고, 논리적 연결성을 따지는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신문을 읽고 예상 논제를 역으로 추론한다. 추론이랄 게 별 거 없다. '이런 이슈라면 이런 문제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문제가 실제 출제되지 않아도 공부가 된다는 점이다. 신문을 읽으며 논제를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기사와 논제의 연결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만 생각해본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문제를 만들고, 정답도 만들어봐야 한다. 정답 역시 신문 안에서 찾을 수 있다. 내가 추론한 문제의 근거는 내가 문제를 추론한 기사 안에 있다. 기사는 사실을 나열해 한 가지 야마의 뉘앙스를 풍기는 글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한 번 읽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기사의 구조, 논리적 연결고리를 하나하나 뜯어보고 씹어보고 맛보고 즐겨야 한다.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신문에서 지면이 여유치 않아 내가 필요한 근거가 부족하게 느껴질 때. 신문이 부족하다면 시사 라디오나 토론 프로그램을 자주 듣고 봤다. 토론으로 진행되는 라디오나 방송 프로그램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만 모두가 이야기하기 때문에 깊이가 있고 더 쉽게 이해된다. 구글에서 논문을 샅샅이 뒤져보는 것도 추천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노력을 내가 기울일 때 실력이 는다.
2018년에 신문을 읽으며 정리해놨던 것들 중 몇 가지를 아래에 싣는다.
<예시 1>
1.신문을 읽고 팩트를 찾는다
[팩트1] 미-중 무역 전쟁은 국제 경제 전반에 수입규제 기조를 확산시킨다. 최근 풍선효과에 따른 우회수출 우려로 유럽연합(EU)마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에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이 다른 지역까지 확산돼 미·중·유럽연합이 모두 관세를 10% 포인트 인상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글로벌 무역량이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팩트 2]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통상보복 기조를 유지하면 한국이 받을 타격은 크다. 중국, 유럽연합, 일본 등에 한국의 수출 규모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 232조 규제 대상인 철강 5대 품목의 우리 업체 수출액은 지난해 미국 29억 8천만 달러, 유럽연합 27억 달러, 일본 27억 6천만 달러, 중국 34억 6천만 달러, 아세안 45억 달러에 이른다. 특히 판재류의 경우 미국 시장 수출액은 9억 달러인 반면, 유럽연합·일본·중국·아세안은 각각 17억~27억 달러 규모로 미국보다 훨씬 크다.
[팩트 3]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 부과는 한국의 총수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4일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 상당 1300여 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은 0.9%(38억 달러) 감소하고, 이에 따라 한국의 총수출은 0.03%(1억 9천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2014년 세계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다. 우리의 대중국 주력 수출품목인 중간재 수요 하락에 따른 직접효과로 총수출이 0.02% 줄어들고, 이에 더해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간접효과로 총수출이 0.01% 추가 감소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2.팩트를 근거로 한 가설(주장)을 세운다
미-중 무역 전쟁은 한국 기업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3.주장을 활용할 수 있는 논제를 생각해본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대응 전략에 대해 논하라.
1 -> 2 -> 3의 순서를 반복하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예시 2>
[논제] 법인세 인상이 한국 경제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하라
[주장] 법인세 인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 경영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팩트 1]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2->25%)으로 기업 부담은 가중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상위 10대 기업 법인세 납부 추정치(2015년, 10조 5,759억 원)를 토대로 한국일보가 분석한 결과,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인상되면 10대 기업의 법인세는 총 1조 3,378억 원 늘어난다.
[팩트 2] 내년부터는 R&D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가 축소된다. 대기업의 실제 세 부담은 더 커질 수도 있다.
[팩트 3]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으로 투자 및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 김학수 한국 조세재정 연구원 연구위원은 과표 2,000억 원 초과 기업(129곳)에 대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면 투자(총고정자본형성) 및 고용(취업자 수)이 각각 0.7%, 0.2% 감소해 결과적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팩트 4] 한국 법인세 인상은 기업들의 한국 탈출 현상도 가속화시킨다. 세계적인 추세는 법인세 인하다. 최근 미국에선 법인세 최고세율을 2019년부터 35%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일본도 29.97%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까지 인하할 방침이다.
<예시 3>
[논제] 북한을 둘러싼 국제사회 정세 변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하고 그에 따른 한국 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해 쓰시오.
[주장] 북미 국면이 바뀌고 있다
[팩트 1] 북한이 유엔과 접촉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유엔 결의안에 대해 인정 불가하던 기존 입장을 고려하면 이례적이고 전향적인 태도다.
[팩트 2]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으로 중동 지도자들은 마이크 펜스 중동 방문을 앞두고 만남을 연이어 취소하고 있다.
[팩트 3] 미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목소리와 반대로 가고 있다. 최근 주한 대사에 빅터 차를 내정했다. 빅터 차는 강경한 대북 제재, 군사적 압박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팩트 4] 틸러슨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은 틸러슨 개인의 의견일 가능성이 크다. 틸러슨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 이후 당일부터, 백악관, 국무부, NSC 대변인, 맥매스터 보좌관까지 연이어 강경발언을 내놓고 있다. 미국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의 이견이 존재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렇게 예시들을 많이 정리해두고 암기해놓을수록 현안과 관련한 논제가 나왔을 때 덜 당황할 수 있다. 암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필요한 주장들을 뽑아 팩트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의 방식이 정답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신문을 1시간 정도 읽고 버리는 언시생들에게는 이런 방법을 통해 연습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신문을 읽으며 사고를 확장하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이 신기하게 얽히고설켜 있으며,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가 한 가지 문제의 확장이라는 것까지도 볼 수 있다. 신문에 모든 질문과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