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별에서 11화
유괴범에게 준을 잃은 신애가 홀린 듯 찾아가 의자에 앉았을 때 머리에 손을 올려놓은 이는 누구였을까.
K는 처음 보는 여인이 양팔을 축 늘어뜨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늘 오라고 해도 오지 않던 종찬이 왠일인지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노래가 끝나고 헤드마이크를 찬 K가 기도를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평소처럼 하나둘씩 울기 시작했다. 숨죽인 눈물과 함께 하는 신시사이저의 소리. 그것을 고요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평소와 같은 아주 일상적인 평온이 깃든 자리였다.
"콜록 콜록"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어디선가 콜록이는 소리와 함께 절규 섞인 고함이 들려왔다. 하지만 K는 개의치 않았다. 느지막이 들어온 그 여인보다 늘 함께하는 다수가 정순한 편에 서있기 때문이었다. 순서가 온다면, K의 걸음이 그녀의 가까운 곳에 이르게 된다면 아마 그녀의 곁에 가 서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대각선에 어정쩡하게 앉아있던 종찬과 눈인사를 나눈 것은 K와 종찬 사이의 비밀이었다.
걷고 또 걷다 보니 K는 어느새 여인의 곁에 서 있었다. 여인은 서럽게 울고 있었고 누구보다 서러워 보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오히려 울음을 넘어 통곡으로 가는 그 소리가 K는 조금 방해가 된다고도 생각했다. 이럴 때 어떻게 했더라.
K는 생각했다.
'생각하자. 생각해야 한다.'
'일단 머리에 손을 얹자.'
K는 손을 뻗기 전 혹시 손에 끈적이는 것이 없는지 주먹을 쥐어 확인했다. 다행히 손은 깨끗했고 헝클어져 있었지만 여인의 머리는 부드러웠다. K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강 음률로 내려가는 신서사이저 소리가 그녀의 마음을 진정시켜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자신의 부족한 끈기를 보완해주기 위해 모든 신도들이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나지막한 기도 소리와 건반악기의 소리가 그치기 전 다행히 신애는 울음을 그쳤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몰랐던 K와 달리 그 사연을 다 알고 있는 종찬은 마음이 아파 차마 다가가지 못했지만 아무 연관도 없던 K는 늘 하듯 머리에 손을 얹어 신애의 울음을 그치게 했다.
그날 오후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던 K는 생각했다.
'시스템이 있어 참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