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훈보 Sep 06. 2022

뉴진스와 속도의 문제

젊음과 느림의 충돌

뉴진스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은 곡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곡의 속도(bpm)가 조금 느린것 같은데?' 였다.

그리고 이 지점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전부다.



처음 음악의 속도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된 건 뉴진스의 음악이 아니라 박진영의 'when we disco'였다. 그전까지 단 한 번도 음악을 듣는 동안 곡의 속도나 느리다 빠르다 적당하다는 생각을 한 일이 없었는데 'when we disco'를 들었을 때 처음으로 '목표하는 느낌에 비해 속도가 좀 느린 것 같은데, 어쩌면 이건 프로듀서의 나이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나이가 들면 속도가 느려진다고 말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 그게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곡의 속도가 창작자도 느끼지 못하는 부지불식간의 흐름일 수도 있고 어쩌면 정확하게 살짝 느린 그 느낌을 내고 싶어 했는데 내가 적응하지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처음 겪는 경험이구나 하고 말았다. 나의 기분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뉴진스의 음악을 들었을 때 또다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조금 느린 것 아닌가?'


그런데 뉴진스의 그 느림은 의도에 가까울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다수의 작곡가들이 모여 곡을 만드는 과정의 결과물이니 아마 그 느림은 정확한 포인트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내가 요즘 그런 생각을 자주 했으니 문득 속도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재현하는 멤버들의 나이 그리고 음악을 들을 타깃들을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조금 복잡해지지 않을까? 뉴진스의 성공은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나는 일정 부분 노래의 분위기와 속도가 차별성을 불러왔다고 생각을 하고 지금까지 그 전략은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이후의 흐름을 어떻게 가져가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중에 속도가 아마 큰 문제로 남게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이 조금 더 빠르거나 자극적인 사운드의 음악을 찾는다는 것은 일관된 경향성이고 이런 시장의 발전 흐름에 맞춰 여러 장르의 속도와 사운드는 변해왔다. 모든 음악의 bpm은 과거보다 빨라지고 고음역대의 발달과 음압의 증가가 꾸준히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특징은 젊음이 원하는 자극과 속도가 연관이 있다. 트로트>발라드>댄스>테크노까지 장르의 사운드 특징과 더해 랩의 속도마저도 빠르게 발전했다. 그런데 뉴진스는 이 흐름에 역행하며 데뷔를 한 것이다.


지금 그리고 미래의 청자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선호하는 속도에 대해 다른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이 해석해 내놓는 음악이 뉴진스의 해석과 동시대에 펼쳐지기 때문에 지금의 신선함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 혹은 속도를 바꿨을 때 발목을 잡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남는다. 아이브 르세라핌 등의 속도감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간단하다.


그러니까 아마도 뉴진스에게 있어 미래의 속도는 큰 숙제로 남을 것이다. 미래에 뉴진스가 보여줄 속도감이 지금과 같다면 멤버들이 상징하는 연령대 그리고 시장의 경쟁자들이 보여주는 속도감과 겨루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지 말이다. 다가올 미래에 소비자들이 그 속도를 계속해서 지루함이 아니라 신선함으로 받아들여질지의 문제가 아마 뉴진스가 넘어야할 큰 산이 되지 않을까?


여기에 더해 곡의 속도와 컨셉에 맞춰 나온 헤어스타일이 유지될 것인지 또한 꽤 흥미로운 지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지 않는 복지국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