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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크렐 May 20. 2022

진한 순대국 생각날 때 찾는 국밥집

[맛집을 찾아서] 농민백암순대 시청점

순대국밥이 떠오르는 날은 주로 빡세게 일을 했을 때나 뭔가 마음고생이 심한 날이다. 뜨끈한 국밥 든든하게 먹으며, 여력이 된다면 소주나 맥주 곁들이면서 하루의 고달픈 날을 잊고 싶은 그런 날이 요즘 들어 점차 많아지고 있다...만일 그런 날 좀 부실한 순대국밥을 마주하게 되면 하루의 마무리마저 왜 이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그만큼 순대국밥의 퀄리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시청역이나 을지로역 근방에서 순대국밥이 생각나면 으레 이곳으로 온다. 농민백암순대 시청점이다. 체인점의 한 지점이기는 한데 이상하게 다른 지점보다 여기가 묘하게 더 맛있는 것 같다. 고기 양도 좀 더 많은 것 같고...기분 탓인지는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도 그걸 아는지 저녁시간 대에 가면 늘 한잔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래서 혼밥하기엔 사실 좀 까다롭기는 한데 한참 꿋꿋이 웨이팅을 하다가 어렵게 자리를 차지해 앉으면 푸짐한 양의 고기와 순대가 그 기다림을 후회하지 않게 해 준다. 기본(9천원)을 시켜도 양이 푸짐하지만 특(11000원)을 시키면 푸짐함을 넘어 풍성함이 된다.


기본 반찬으로 깍두기, 풋고추, 생양파, 된장, 부추, 새우젓이 나온다.

기본 반찬은 저 정도면 합격이다. 어차피 메인 메뉴는 순대국이니 있을 건 다 있다. 개인적으로 부추를 처음부터 넣어 먹기보다는 중간에 먹던 도중에 넣어 먹는 걸 좋아한다. 된장은 식당에서 직접 담근 것이라고 한다.


순대에 고기와 야채가 푸짐하게 들어 있어 풍성하다. 비계살 적절히 붙은 고기도 압권이다. 양념장을 풀어서 먹으면 진짜 잘 어울린다. 오늘은 특을 시켰다.

숟가락으로 뒤적거리면 순대와 고기가 섭섭지 않게 들어 있다. 순대는 쫄깃하면서 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돼지고기는 비계살이 적당히 붙어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하다. 여기에 양념장이 미리 풀린 국물을 같이 떠서 먹으면 솔직히 술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다. 오늘 사정상 술을 마시진 않았는데 여건만 됐다면 진짜 소주 한 병을 시켜서..양념장이 꽤 적잖게 풀려 있어 매운 거 못 참는 사람들한텐 좀 많이 얼큰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매운 거 잘 먹는 나한텐 딱 좋았다. 양념장이야 좀 덜어내면 되는 거고.



중간에 저렇게 같이 나오는 공기밥을 말고, 부추도 팍팍 넣어 준다. 개인적으로 여기 순대국을 먹으면서 돼지국밥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 실제로 다른 후기를 봐도 그런 반응이 많더라. 고기가 푸짐하게 든 돼지국밥에 질 좋은 순대를 몇 점 넣어서 섞어국밥으로 먹는 느낌이 좀 든다. 부산에 가면 꼭 먹는 음식이 돼지국밥인데 약간 그게 생각나기도 한다. 하여튼 밥을 말아서 먹으면 밥알에 국물이 스며들어 딱 우리가 생각하는 국밥의 전형적인 맛있음을 느낄 수 있다. 진짜 이 맛이다. 동네 체인점 순대국밥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맛...


농민백암식당 메뉴판. 사실 난 국밥이랑 잘해봐야 토종순대만 먹어봤는데 다음에 지인들이랑 오면 모듬수육을 함 먹어보고 싶다.

한 3년 전에는 7천원이었다고 하는데 4년 사이에 가격이 좀 오르긴 했다. 그래도 9천원에 이 정도 양이면 그래도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요즘은 서울 중심가에서는 웬만하면 다 밥이 비싸서 이 정도면 선녀다.


앞으로도 이 근처를 들르게 되면 자주자주 방문할 예정.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순대국밥 맛이 있다. 순대국밥과 돼지국밥 어딘가에 묘하게 걸쳐 있으면서 그래도 순대국밥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아주 괜찮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


덧: 다음에 올 땐 꼭 진로이즈백이라도 한 병 시켜 먹어야지.

덧2: 1년 만에 블로그에 쓴다는 글이 맛집 탐방 기행인가 싶지만 앞으로 이런 맛집 탐방글 자주자주 쓸거다. 그러면서 원래 내가 쓰려고 했던 글도 같이 쓰는 거고. 재밌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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