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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도 없는 AI 카페가 한국에 왔다

퍼플렉시티가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카페 큐리어스'

by 챠크렐


한 3달여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AI 기업들의 발자취(?)를 찾아 발품을 한참 판 적이 있었다(링크). 사옥 인근에 시민들을 위해 개방된 공원을 조성한 세일즈포스 같은 기업도 있었지만, 오픈AI나 앤스로픽, 퍼플렉시티 등 상당수 기업들은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사무실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건물 외관에는 이들이 있음을 알리는 표지가 아무것도 없었다. 막상 이들이 들어섰다는 건물 앞까지 갔지만, 정작 특이한 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을 때 솔직히 좀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냥 여기가 AI의 총본산이구나...라고 한번더 곱씹어 보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 중 퍼플렉시티가 뜬금없이 지난 9월 초 서울에 카페를 차렸다. 퍼플렉시티가 차린 전 세계 최초 오프라인 카페인데, 미국이 아닌 서울을 택한 것이다.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찾기 쉽지 않았던 퍼플렉시티의 흔적을 서울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묘했다. 그래도 한국이 AI 기업들에게 주목받는 국가인 건 맞구나 싶었다.


2.jpg '카페 큐리어스'의 외관. 출입문 위에 간판을 부착하지 않았다.
4.jpg 지하로 내려가면 널찍한 공간에 편안한 소파와 갓등이 놓여 있어 안락한 분위기를 준다.

AI 기업이 운영하는 카페라고 해서 막연히 미래적인 분위기를 생각했다. 그러니까 가게에는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이 흐르고, 디자인적으로는 무채색 계열과 메탈(금속) 계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음료 제조와 배달은 로봇에게 맡기는, SF 영화나 소설에서 으레 묘사되는 미래 공간의 분위기를 한껏 풍길 것으로 여겼다.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느릿한 재즈가 흘렀고, 디자인적으로는 갈색과 오렌지색 등 따스한 느낌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여기에 하얀 조명과 주황색 조명이 적당히 은은하게 공간 전체를 감싸 편안한 느낌을 줬다. 로봇 대신 눈에 띈 것은 3~40여년 전에 유행했을 것 같은 두꺼운 TV 수상기와 느릿느릿 돌아가는 LP플레이어, 그리고 출판된 지 한참 된 것 같은 낡은 책이었다. 카펫이나 소파 등도 다소 레트로한 디자인이었다. 시간을 과거로 돌린 것 같았다.


6.jpg 초미니 TV와 LP플레이어, 그리고 자유롭게 놓인 종이와 책, 필기도구 등등. 1970~80년대의 어느 공간처럼 보인다.
9.jpg 카페 지하 입구에 놓인 맥북에서 퍼플렉시티가 실행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미래도 볼 수 있었다. 카페에서 흐르는 음악은 AI가 선곡하는 음악이며, 카페 지하 초입에는 퍼플렉시티가 켜진 채로 맥북이 가지런히 놓였다. 카페를 찾았다면 누구나 퍼플렉시티를 쓸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그리고 벽에는 호기심·미래와 관련된 여러 문구들이 걸려 있었다. 호기심을 발판으로 궁금한(Curious) 것을 질문하면, 이를 통해 미래를 위한 새로운 지식(Knowledge)을 얻을 수 있다는, 퍼플렉시티의 철학이 잘 녹아든 공간이었다.


미래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AI 역시, 결국 그 시작은 누군가의 호기심이었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차분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5.jpg Stay Curious.
1.jpg 적당히 어두운 공간에서 아이스커피를 먹으며 눈을 감아 본다. 마침 이날 오후 반차를 낸 터라 시간도 제법 많아 마음이 더욱 편안하다.

커피 값은 전반적으로 비싸다. 아메리카노가 7000원이니...다만 퍼플렉시티 유료 구독자에게는 음료값을 절반 할인해 줘서 35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또 매장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퍼플렉시티에 신규 가입하면 유료서비스(월 22달러) 1개월 무료 이용권을 준다. 이곳이 한국에서 퍼플렉시티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도 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 카페가 배우 이정재의 소속사인 아티스트컴퍼니 건물 내에 들어서서 그런지, 카페 내에서는 아티스트컴퍼니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실제 퍼플렉시티는 올해 상반기에 자사 광고에 이정재를 내세운 적도 있다. 퍼플렉시티 CEO가 '오징어게임'을 감명깊게 봤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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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jpg 여러 가지 굿즈들도 판다.

재미삼아 퍼플렉시티에 '카페 큐리어스'에 대해 물어보니 이런 답변을 한다.


"카페 큐리어스(Cafe Curious)는 글로벌 AI 기업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아티스트컴퍼니 사옥 1층과 지하 1층에 오픈한 세계 최초의 AI 테마 카페입니다. 퍼플렉시티가 직접 운영하는 이 카페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AI 기술과 사람의 경험을 직접 연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카페 내부 공간은 AI와 레트로 감성이 결합된 모던한 디자인으로, 음악 역시 AI를 통해 선곡됩니다. AI로 알려진 퍼플렉시티 서비스의 구독(프리미엄) 멤버십에 가입하면 음료 50% 할인이 제공되며, QR코드를 통해 가입 시 첫 무료 음료 혜택이 있습니다. 카페 내에는 퍼플렉시티의 공식 굿즈샵 상품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카페 큐리어스는 오전 10시 30분(또는 오전 10시부터) 오픈하며, 평일은 저녁 8시, 토요일은 7시, 일요일은 오후 3시에 문을 닫습니다. 위치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30, 아티스트컴퍼니 사옥 B1–1층입니다."


12321.jpg 네이버 사옥 '1784' 2층에 입주한 스타벅스. 네이버 직원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다른 스타벅스와는 전반적인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111.jpg 작년 초에 찍은 사진. 네이버에서 만든 로봇 '루키'가 1784 스타벅스 카페 앞에 일렬로 충전 중이다.

덧: 만일 정말로 미래 분위기를 풍기는 카페를 가고 싶다면 네이버 신사옥인 '1784' 2층에 있는 스타벅스를 추천한다. 네이버랩스에서 직접 만든 로봇 팔이 커피를 제조하는 모습, 서빙로봇이 1784 내 곳곳에 주문한 커피를 배달하는 모습(1784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별도의 앱을 통해 서빙로봇에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고 한다), 1784 곳곳을 돌아다니던 각종 로봇들이 스타벅스 인근에 마련된 로봇 충전 공간에 충전을 하러 스스로 들어가는 모습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1784 자체가 맨 처음부터 '로봇 친화 빌딩'으로 설계됐는데, 그 안에 자리잡은 카페답게 로봇이 활발히 오가는 모습이 인상깊다. 다른 스타벅스와 달리 무채색과 메탈 위주의 차가운 디자인으로 이뤄진 점도 미래적인 느낌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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