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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피 Sep 12. 2020

젠더 데이터 공백에 대한
날것의 사실들

DAY 12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2020.07


현대 사회는 남성 디폴트다.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는 정치, 정책, 사회, 문화 등 일상 속 매 순간에 걸쳐 침묵하며 존재해왔다. 책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우리 문화 전반에 내재돼 있는 바로 그 침묵, '젠더 데이터 공백'을 다룬다. 


여성에 대한 데이터 없이 남성의 시각과 경험에 기반해 설계된 사회는 여러모로 유해하다. 데이터 공백은 단순히 침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단순한 느낌이 아닌 실재하는 위협이 되어 여성들의 삶을 파괴한다. 병과 관련된 증상도 남성 기준으로 여성의 몸에서는 충분히 보일 법한 것들도 이례적인 사례로 규정되고, 남성이 주로 이용하는 길이 일반적인 시민들의 생활이라 생각해 갖은 돌봄 노동 속에서 도보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성의 길은 제설 작업의 후순위로 밀려나곤 한다. 이 같은 문제들, 정책과 안전한 시설들로 충분히 바꿀 수 있고 바뀌어야 하는 것들을 우리는 그저 모른척하며 또는 모른 채 살아갈 뿐이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가 다르다는 것, 그래서 필요한 환경도 다르다는 것, 진정한 의미의 평등을 위해서는 형식적인 반반 나누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무신경하고 무지하다. 그 무지는 의도가 없는 하나의 패턴일지도 모른다. 그저 내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였을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였구나. 남성이 설계한 사회에서 여성은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웠고, 실재하지만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모른척하며 계속 이어온 것이구나. 정말 그저 보지 않았던 거구나, 여성은 표준 인류에 포함되지 못했었구나. 머릿속이 얼얼했다.


마치 남성의 신체와 그에 수반되는 경험이 성 중립적이고 일반적인 것처럼 모두를 속이지 말라.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여성의 신체와 삶을 보라.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변화가 이뤄져야 하는지, 나아가 표준 인류 속에 여성을 포함시키고, 세상을 바꾸자. 숨지 말고, 감추지 말고, 모르지 말고, 드러내야 한다.


"이 세상이 재현되는 방식은, 세상 자체와 마찬가지로, 남자들의 작품이다. 

그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묘사해놓고 그것이 절대적 진실이라고 착각한다" 


- 시몬 드 보부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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