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
아프면 서럽다. 상경해 처음으로 혼자 아팠던 날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어둠 속에 홀로 아픈 곳을 부여잡고 낑낑대던 숱한 새벽들은 선명하게 기억난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렇게 나를 작은 방에 홀로 내버려두었던 날들. 아픈 배를 만져줄 엄마 손도 없고, 이마를 짚어주던 할머니의 손도 없고, 고소한 죽을 끓여주던 가족들도 없이 혼자 아팠던 탓인지, 그때부터 아프기만 하면 힘부터 쭉 빠지고 눈물이 맺혀버린다.
왠지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고통을 알리는 것이 껄끄럽다. 괜한 걱정을 끼치는 것 같아서다. 지금 당장 곁에 있다면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것 없이 그저 멀리서 마음 졸여할 그 시간들이 안타깝다. 그냥 멀리 있는 나는 언제나 그저 행복하게 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 그래서 당신들의 조금이나마 편할 수 있도록.
아마 세상엔 나처럼 걱정이 될만한 일들을 숨기는 사람들과, 낱낱히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다. 내가 상대방이라면 후자에게 더욱 정감이 가고 마음이 갈 것 같으면서도, 나는 그렇게 하기가 왠지 힘들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떨까. 물론 많은 것을 알게싶겠지. 어떻게 해야하나, 오늘 같은 날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칭얼대며 엄마 죽이 그립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