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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룩말 Dec 22. 2020

[북리뷰]타이탄의 도구들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자라면 기피해야할 책

독서는 나에게 운동과도 같다. 시작하기 전엔 하기 싫은데 하고나면 기분 좋아지는 그런 것. 

그래도 한때는 다독하는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영상콘텐츠와 짧은 텍스트를 보는 게 익숙해지면서 점점 책읽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만족감을 위한 쇼핑의 대상으로만 보던 시간이 길어졌다. 그 와중에 읽는 몇권 안되는 책은 일이 짜치니 어쩔 수 없이 읽는 업무관련 책들이다. 


일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지 한달쯤 지나면서 혼란스러운 생각을 잠재우지 못해 다시 불면증도 도지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너란 인간, 직장생활 1년 2개월 만에 다시 병이 도졌....)

심난해서 잠이 안오던 며칠 전, 남편이 깰까봐 살금살금 침대에서 빠져나와 서재를 서성거리다가 2년 넘도록 꽂혀만 있던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뭔가 이 심난함을 잠재워줄 '도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였을까.

물론, 세상에 그런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표지 색이 내가 좋아하는 짙은 주황색이라 그럴 확률이 높다.)


* 이 책이 정의하는 '타이탄'이란 : 자신의 분야에서 최정상에 오른 사람들


책에서는 타이탄들이 사용하는 총 61가지의 도구를 소개하고 있다. 

이 중에 내가 실용적이라고 생각되는 도구, 재미있다고 생각한 포인트 몇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만의 의식으로 아침을 시작하라

직장인의 아침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아, 오늘도 출근해서 너무 신난다'라기 보다 '아....피곤하다', '좀 더 자고 싶다', '오늘 수요일 실화냐' 이런 심리상태로 최후의 순간까지 분단위로 시간을 확인하다가 허겁지겁 출근해서 일을 시작한다. (아닌 사람 손!) 

타이탄들은 이런 수동적인 상황을 피하고 스스로 하루를 설계하고 몰입하기 위한 '자신만의 의식'을 정하고 실천해야한다고 말한다. 작은 실천에서 오는 성취, 그것이 성장과 성공의 시작이자 동력이라는 것.

타이탄들이 말하는 행동은 이런 것이다. 


본인이 일어난 자리의 침구를 정리하고: 칼각을 잡으라는 말이 아니다. 그냥 흐트러진 것만 보기좋게 정리해서 눈뜬 후 처음 하는 미션을 클리어하라는 의미다.

아침 명상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 어플이나 유튜브를 뒤적이면 10분 내로 짧은 명상 가이드가 넘친다. 가이드에 따라서 차분한 마음으로 아침을 여는 건 어떤가. 

30분 정도의 짧은 독서와 함께 차를 마시면서 : 업무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나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아침 일기를 쓰면서 : 내가 감사히 여기는 것들을 적으면서 긍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꼭 이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침을 여는 나만의 의식 세 가지를 정했다면 한 가지라도 실천하며 하루를 시작했을 때 그 행동 하나가 나의 하루 12시간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CLEAR'할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성취로 하루가 달라진다면 속는 셈치고 해볼만 하지 않을까. 


나는 책의 제일 첫 파트인 이 부분을 읽고 그날 바로 '나만의 아침 의식'을 시작했다. 

침구 정리하기 - 이불을 펴고 베개를 바르게 놓을 뿐인데 괜히 뿌듯하다. 

10분 명상하기 - 요가하면서 하는 명상 외에 명상을 위한 명상은 처음인데 꽤 괜찮다. 

차 마시기 - 차랑은 거리가 먼 사람인데 겨울이라 그런지 따뜻한 차를 마시는 일이 생각보다 즐겁다. 

30분간 책읽기 - 확실히 독서량이 늘었다.

오늘의 결심 한줄 쓰기 - 아침 일기는 부담스럽고, 나에게 좋은 한문장 정도로 끝낸다. 

이 중에 한 가지를 하기도, 다섯 가지를 다 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열흘 간)는 꽤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3개월, 6개월 후쯤 다시 이 의식이 가져다 준 결과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코로나 사태로인해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한 공간에서 눈뜨고 출근해야하는 현 상황에서 이런 아침의식은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게 아닐까. 



불편한 감정에 대해 구체화하고 맞서라

작가의(타이탄들이 쓰는 방법이라고 한다) 불편함에 대한 시각과 그 심리를 다루는 방법이 좋았다. 

불편, 불안한 감정이 들거든 그 감정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실체를 드러내면 감정에서 멀어지고 객관화 할수 있다는 것이다. 꽤 그럴듯한 말이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경우 의사결정을 하기 힘들거나 내일 벌어질 어떤 상황에 대해 감정이 불편할 때 그 감정에 빠지기 쉽다. 

그럴 때

'최악의 상황이면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려보고 

'그래서 그 상황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되지? 얼마나 오래가지?'에 대해 구체화해보면 

막상 엄청난 상황이 아닌 막연한 불안함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것같다. 

두 갈래 길,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하자. 

A로 갈 때와 B로 갈 때 각각의 선택이 우리에게 주는 최악의 상황을 먼저 그려보자.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이 선택으로 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의 실체를 파보고나면 막상 그 불안함이 근거가 없거나 내가 치명타를 입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비로소 어떤 선택이 나를 더 즐겁게 할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선택인지를 제대로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불편함을 대하는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부딪히기를 권한다. 우리는 일에 있어 '합의'를 중시하고 그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어떤 일에 강력한 의견 개진을 하는 것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강력한 의견 개진'은 '독단적'이라거나 '답정너'와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거나 혹은 '강력하게 의견 개진한 사람이 하겠지'하는 식의 책임론도 따라다닌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논쟁을 피하려고, 때로는 내가 할 일이 아니라서, 때로는 해봤자 안되니까 등의 이유들로 의견 개진을 피한다. 



일에 대한 도전과 열정을 가져라

이 책에서 나를 빵터지게 했던 구절이 있다. 

떠올릴 때마다 약간 두렵고 긴장되고 떨리는 일, 그게 바로 당신이 원하는 일이다. '와, 잘하면 완전히 인생을 망칠수도 있겠는걸' 하는 일이 당신이 찾아 헤메던 모험이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타이탄들은 강한 의지, 미친 생각, 한계 뛰어넘기, 정신나간 돌파구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창의성'을 위해 마음을 열고 '직관'을 믿고, 실마리를 잡으라고 한다. 

'직업' 만족의 가장 큰 조건을 '정신이 참여할 수 있느냐'로 결정한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가'에 대해 생각하고 일에 사명감을 가지라고도 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일반적인 직장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들리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 시대는 어떤 일을 하든 혁신을 이야기한다. 내가 속한 조직도 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Legacy를 혁신하고 신사업 발굴을 통한 고속성장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보니 '도전적인 성향', '창의성 발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회사의 인사총괄로 있다보니 면접을 들어가는 일이 많은데 문제해결 능력, 미래에 대한 고민과 목표, 뚜렷한 주관 등에 대해 보게 된다. 

내가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와는 정말 결이 다르다. 당시는(라뗴는 말야...ㅎ) 충성심, 뼈를 묻을 각오, 조직에 스며들 듯한 적응력 뭐 이런 게 인성면접의 주된 키워드였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런 캐릭터를 연기했고, 면접관들에게 아주 만족감을 주었던, 면접 불패였던 걸 생각하면 헛웃음이 난다. 





작가가 말한 61가지의 도구들 중 내가 인상깊에 읽은 것은 이 정도다. 10가지 내외라고 보면 될 것같다. 


책을 다 읽은 지 이 주가 지났다. 어찌나 게으른지 글 한편을 만지작 거리기를 이주...타이탄의 도구들이 나의 실행력 떨어짐과 게으름을 다 바꾸어 놓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 약 한달 간 몇가지 변화를 유지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구를 깔끔하게 정리하기

매일 아침 오늘의 결심과 꼭 하고 싶은 일 세가지 정도 써보기

자기 전에 오늘 내가 잘 한 일 적으면서 기분 좋게 마무리 하기


별거 아닌 것같은 이 루틴이 6개월 후쯤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지만, 아침 저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잘한 것들 정리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은 건 확실해 보인다. 


이 정도 영향이면 꽤 읽어볼만 한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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