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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Yummy Yummy

EAT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게 될까

2025.08.05 - 06 - 14

by 청두

청두입니다.

지난 한 달은 어떠셨을까요.


무더웠고, 비가 많이 날렸던 8월의 끝자락에 서있습니다.

뭐 하나 쉽게 되는 것이 없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눈덩이처럼 불어서 바쁜 날이 계속됩니다. 또, 왜 이리 공부할 것은 많고, 일은 할수록 스스로를 부족하게 느껴지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나를 찾는 곳이 있고 함께할 동료들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더운 날씨와 쌓여 있는 일을 보면 왠지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그 답답함에 지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한 숙제가 된 요즘입니다.


크고 작은 걸림돌들이 줄지어 내 앞에 늘어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씩 덜컹이며 넘어가다 보면 우리가 가진 마음의 바퀴가 조금씩 커지지 않을까 희망해 봅니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 커진 바퀴로 다음 장애물을 넘어갈 수 있겠죠. 그렇게 첩첩히 쌓인 각자의 시간을 잠시 내려놓고 E.A.T의 구성원들이 모였습니다. 어떤 이미지로 우리를 보여줄지, 우리가 쌓아나갈 정체성은 어떤 형상으로 만들어질지. 조급할 거 없이 '복도'와 '아트룸블루'에서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나눈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① 언제, 어디서, 누가 모였지?

② 어떤 이야기를 나눴지?

③ 이후 어떤 일들을 해나갈까?


대지 9 사본@4x.png 복도의 녹색과 아트룸 블루의 청색



복도 Bokdo


① 언제, 어디서, 누가 모였지?


일시 : 2025년 8월 5일, 14일

장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 148, 1309호, 복

참여자 : 이경민(복도), 고대웅(작은도시이야기), 김성진(0TOX)


② 어떤 고민(이야기)을 나눴지?


Q: 우린 어떤 이미지로 우리를 소개할 수 있을까.

Q: 우린 어떤 이미지로 SNS에 우리를 홍보할 수 있을까.

Q: 우린 어떤 이미지로 E.A.T을 알릴 수 있을까.

Q: 어떤 과정을 만들면 디자이너가 만족스러운 작업을 해나갈 수 있을까.

Q: 어느 정도 호흡을 만들어야 느슨하게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③ 이경민 디자이너가 선택한 방향


지역을 공유하는 창작자들이 을지로에 애정을 가진 공동체로서 함께 고민하고, 목표를 세워 연대해 나가는 일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며, 디자이너로서 감당할 수 있는 디자인의 양 역시 시간에 비례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형상을 빚어가는 과정은 몇 번의 만남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짧은 시간 안에 끝내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쌓아가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화하는 그 자체를 디자인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안에서 흥미롭고 실험적인 시도들이 가능할 것이며, 그 과정 또한 재미있고 의미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과거 지역 안에 쌓여온 디자인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좋았던 지점들을 찾아보는 작업 역시 의미 있을 것이다. 서로 가진 자료가 있다면 공유받고 싶고, 그 시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브랜드를 만들고 대표 이미지를 설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쌓인 정체성이 없다면, 그 작업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그래서 오히려 1년 정도는 우리가 생산하는 이미지들을 자연스럽게 축적해 보고, 그것들을 나중에 겹쳐보며 그 안에서 관통하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방식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느슨하지만 꾸준한 리듬 속에서, 긴 호흡으로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


*위 글은 이야기를 나누는 중 이경민 디자이너가 제안한 구상안을 기반으로 필자가 재구성한 것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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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방문한 하루는 폭염에 뜨거웠고, 하루는 폭우가 쏟아졌다. 더위는 지하철의 에어컨이 감당할만한 것으로 만들어 줬으며, 늘어난 강수량에 도시 곳곳에 통행이 금지되었으나 다행히 출발 전에 비는 그쳤다."




제로 투 엑스 0toX


① 언제, 어디서, 누가 모였지?

일시 : 2025년 8월 6일

장소 : 서울 중구 을지로20길 16 502호

참여자 : 김성진(0TOX), 백교희(서울프린지네트워크), 고대웅(작은도시이야기), 전아영(ARTxSHIFT), 박현영, 박영규(YK PRESENTS)


② 어떤 이야기를 나눴지?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고민

Q. 나는 누구인가.

Q. 나는 어디에 있는가.

Q. 나는 무엇을 하는가.

Q. 나는 무엇을 함께 하고 싶은가.

Q. 나는 왜 그것을 하고 싶은가.


③ 김성진 디자이너가 선택한 방향


앞으로도 브랜딩과 관련해 여러 차례 인터뷰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단순히 숫자나 규모로 판단하기보다는, 개개인의 경험과 생각에서 나오는 인사이트를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량적 데이터보다는 정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E.A.T은 여러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그룹인 만큼, 고정된 틀에 머물기보다는 유기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해 나갈 겁니다. 지금 ‘정체성을 고민한다’는 건 단단한 결론을 내린다기보다는, 물길을 조금씩 잡아가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은 깊이 있게 정리된 상황은 아니지만, 이미 작성된 자료와 앞으로의 대화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점점 선명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이 과정 자체가 브랜딩을 형성해 가는 하나의 중요한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위 글은 김성진 디자이너가 워크숍을 갈무리하며 남긴 글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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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무척 뜨거웠고, 잠시 소나기가 왔다. 비가 온 후 아트룸 블루 옥상에서 본 하늘과 도시는 참 좋았다."




"김성진 디자이너의 질문에 따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과정은 익숙하면서도 생경했다. 아마, 서로의 지난 날을 더 알고 싶어 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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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한 워크숍이 끝난 이후에도 아트룸블루는 계속 열려 있었다."




E.A.T이 앞으로 어떤 모습이 만들어질지 상상해 봅니다. 제가 하는 상상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에 근접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상이 뚜렷이 그려지진 않지만, 왠지 모르게 기대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일이 실현에 가까워질수록 문득 오래전 인도에 다녀왔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22년 전쯤 보았던 인도의 도시 풍경은 놀라웠습니다. 그곳의 도로에는 중앙선도 없었고, 신호체계도 매우 엉성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고가 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지러운 듯. 혼란 속에서 질서가 있었습니다. 요즘 E.A.T을 준비하면서 그날 인도에서 본 도로 풍경이 떠오릅니다.


도시의 빠른 속도에 맞춰 살아오던 방식과 맞지 않아 다소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발걸음이 엉켜 휘청입니다. 느슨하게 기초를 다져가는 과정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큰 흐름을 만들어주는 몇 가지 약속만 있다면 혼란스러워 보이는 속에서도 자연스레 규칙이 자리 잡히고 유기적인 형상을 갖춰주리라 생각합니다. 마치, 제 멋대로 뻗어나간 백송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함께하는 디자이너들에게도 이 움직임이 평소와 달리 조금 더 긴 호흡으로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작업들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다음 달엔 첫 발을 뗀 E.A.T의 소식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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