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고된 여행으로 지친 우리의 마음을 느긋하게 풀어줄 세체니 온천. 부다페스트에서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인기 있는 온천이다. 온천의 형태는 거대한 왕궁 같은 건물이 호수를 끼고 있는 공원을 지나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건물을 들어가 중앙 쪽으로 가면 야외 온천이 위치해 있다.
중앙 야외 온천으로 들어가면 , 부다페스트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절반일 정도로 관광 명소뿐만 아니라 대중목욕탕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한쪽에선 술과 간식을 팔며 우리나라에 있는 수영장을 연상케 했고, 욕탕 입구 계단에서 체스판을 가운데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시는 할아버지들은 해리포터에서 나올법한 모습들을 하고 계셨다. 이런 이국적인 모습을 보며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온천을 즐기고 있으면, 새삼 세상에게 감사하다, 이렇게 내가 이런 공간에 올 수 있게 해주심을 감사하고, 이런 공간이 존재하게 해 준 분들에게 감사하다. 우리도 체스 같은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더라면 4시간은 거뜬히 있을 수 있었겠지만, 주변을 구경하거나, 잠깐잠깐 물장구를 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기에 2시간 정도가 충분했다.
저녁에는 마차슈 성당이 있는 어부의 요새로 향했다. 야경을 보기 위해서다. 가는 길에 있는 한식집에서 상우는 육개장, 나는 된장찌개를 먹으며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포만감과, 배부름을 느꼈다. 가격은 한국에 비해 훨씬 비쌌지만, 외국여행 중 한 번쯤은 한식집에서 제대로 된 한국인 식사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유럽 음식들은 메인 메뉴로도 배가 꽉 차거나 정말 포만감을 느끼며 만족하는 식사는 없다, 이유는 밥과 뜨끈한 국물인 것 같다. 밥으로 배를 계속 채우며 반찬들과 함께 먹는 식사, 얼큰하고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야 제대로 밥을 먹은 느낌이 난다.
어부의 요새는 엄청난 크기의 건축물이 부다페스트의 정상에 지어져 있는 듯했다. 산을 깎아 만들었는지, 계속해서 오르막길을 올라가다 보면 또 수많은 개수의 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들 위에는 돌로 지어진 성벽과 , 그 사이사이 나있는 아치형으로 뚫려있는 문들, 노란 조명이 이 건물에 비치면서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정상에서 부다페스트의 전경을 둘러볼 수 있는 성벽으로 올라가 야경을 구경했다. 그동안 봐왔던 야경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마차슈 성당 앞에서는 야시장처럼 음식을 파는 트럭들이 줄을 서있었고 , 맥주도 함께 팔고 있었다. 어느 밴드가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고, 우린 그 보컬에게 빠져들어 1시간가량 무대 앞에 앉아 노래를 들었다. 부다페스트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끽했다.